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26일 "최근 연준이 기존의 금리인상 계획을 변경하고 통화정책 정상화 중단을 선언한 배경엔 트럼프의 영향력이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내년 트럼프 재선을 앞두고 정부가 통화정책 개입을 강화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재선을 앞둔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목적은 금리를 낮추고, 경기호황을 유지함으로써 득표율을 올리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특히 정부가 표면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세 가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연준의 정책결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언급했던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의 발언을 봐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7명의 연준 이사를 임명하고 의회가 승인하는 거버넌스 구조,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 수립 과정에서의 법 개정 권한, 연준에 대한 회계감사 권한을 감안할 때 트럼프는 계속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구조적 권한과 저물가 환경은 트럼프의 정책 개입 여지 키워
정부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의 구성 권한을 지님으로써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맞는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
FOMC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구성원은 7명의 연준이사와 5명의 지역 연은총재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 연준이사 7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승인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최근 트럼프맨의 연준 입성 가능성 등은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인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은 1977년에 미 의회가 개정한 'Federal Reserve Reform Act'를 통해 수립된 것이다.
박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였던 기준금리를 인상할 시점을 논의할 때에 연준은 실업률이 6.5%를 상회하고, 물가상승률이 2.5%를 하회하는 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Evans Rule(2012)’을 채택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법 개정 권한을 통해 통화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또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이 연준에 대한 회계감사 권한을 지니고 있어 투명성 요구를 통해 연준을 압박할 수 있다"면서 "연준이 긴급신용대출이나 창구를 통해 대출한 대출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밝혀다.
그는 "트럼프 대선 캠프 당시 미 회계감사원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등 모든 행동에 대한 감사권한을 갖는 연준감시법안에 활용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정부로부터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물가안정 때문이다. 정부는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정치적 이익을 추구할 유인을 갖기 때문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미국의 낮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기대는 오르지 않고 있어 트럼프의 개입 소지를 더 키운다고 박 연구원은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지금의 낮은 물가상승 압력이 세계화, 인구 고령화, 자동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지속되는 것이라면 연준 독립성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환경과는 다른 상황"이라며 "트럼프 역시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연준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등 통화정책 압박을 지속하는 상황이 내년 트럼프 재선을 앞두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 내 물가 상승압력이 구조적 요인들로 인해 낮게 유지되고 있는 지금 상황은 트럼프가 통화정책 압박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