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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 (사)금융과행복 네트워크 의장] 대한민국의 부채라이프: 빚의 닻과 덫

편집국

기사입력 : 2019-01-03 16:30

빚 규모 보다 사유 등 구조적 측면 살펴야
신용등급 취약차주 정부의 지원배려 필요

▲사진 : 정운영 (사)금융과행복 네트워크 의장

▲사진 : 정운영 (사)금융과행복 네트워크 의장

[정운영 (사)금융과행복 네트워크 의장] 현재 대한민국은 ‘부채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소득자는 고소득자대로 빚을 활용해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고 저소득자, 금융소외계층들은 열악한 조건에서의 생계를 위해, 교육비와 의료비 등을 감당하기 위한 현실의 탈출구로 빚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1514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부채 총액은 전세보증금 대출과 임대사업자대출, 자영업자 대출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기에 실질 부채 총액 규모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부채가 많아졌다는 것은 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부채규모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스위스, 호주, 네델란다 등은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모두 120%로 높지만 위기를 겪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경제성장속도 대비 부채증가속도, 대출 받은 가계의 부채상환능력, 소득계층별 가계부채의 분포상항 등으로 평가된다. 빚에 대한 문제는 규모의 문제라기보다는 왜 빚을 지게 되었느냐의 구조적 측면을 살펴봐야한다.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빚인지, 소모성 빚인지, 빚을 통해 일정수준의 소비를 유지하고 삶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2018년 보고된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대는 평균 2385만원, 30대는 평균 6872만원, 40대는 평균 8533만원, 60대는 5175만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대 학자금 대출부터 시작하여 주택담보대출, 결혼자금 대출 등 대한민국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부채로 시작하여 부채로 끝나는 경제생활을 하고 있다. 위험하지만 빚을 활용하여 경제적 성과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오늘날 빚을 지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빚 때문에 성장하고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높였는지는 의문이다.

저금리의 10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빚을 지지 않고 안정적인 자산관리를 했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 40년 동안 부동산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상환능력이 어려운 사람들도 대출로 집을 사들였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분위기속에서 빚을 지는 것은 온전한 개인의 ‘경제적 선택’이라 볼 수 없다. 이제 빚은 온전한 나의 선택이 아니고 나의 이웃과 환경의 경제 흐름 속에서의 선택이 되었다. 이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빚의 크기는 소득과 자산의 크기와 같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능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빚이라는 것이 경제생활의 좋은 수단인지, 우리 ‘마음 속’에서 각자의 답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 스스로 빚을 지는 것을 원하고 있는지, 진정 자신을 위한 빚인지, 빚을 감당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한다.

미래 경기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되었다. 경기가 나빠지면 빚은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차주들, 불안정한 소득구조를 가진 개인 및 가계는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나에게 유용했던 빚도 부지불식중에 삶의 덫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경제적 능력 외 자신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심리적 편향(bias)을 스스로 깨닫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수학자 존 앨런 파울로수(John Allen Paulos)는 “숫자와 확률을 마음 편히 다루지 못하는 원인은 불확실성, 우연의 일치, 그리고 문제 성립 방법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런 심리적 반응에 있다”고 말했다. 즉 다양한 심리적 편향들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빚을 지게 한다. 경제적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도 작은 숫자를 무시하고 ‘큰 것만 눈에 들어오는 성향’으로 인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얼마나 많은 돈을 잃게 될 것인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객관적인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실이나 숫자를 쓸데없이 고집하여 낭패를 보는 ‘닻 내리기 효과’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빚을 내어 뭔가를 하려고 할 때 특히 그 일이 익숙하지 않은 바다를 헤엄칠 때 닻을 내리는 경향이 특히 강해진다고 한다. 경험이 적으면 적을수록 구명보트에 철석같이 매달려버리는 것이다.

또한 확신이 없으면 우왕좌왕 군중의 힘에 휩쓸린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서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군중의 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적다. 나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뭔가를 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빚을 지는 것은 미래 내가 어떻게 살겠다는 신념의 문제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빚을 너무 합리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속에 공정한 관찰자가 있다. 우리는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잠깐 멈추어 살펴본다면 이미 우리는 어느 정도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은 모두 행복을 바란다. 빚도 행복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잡초를 없애기 위해 계속 뽑아도 우리는 잡초를 이길 수 없다. 한쪽을 뽑으면 다시 다른 쪽에서 잡초는 무성하게 자란다. 차라리 잡초보다 빨리 자라는 꽃과 풀을 구하고 심어나가야 한다. 빚을 진 개인들은 계속 자라나는 잡초를 뽑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 않은지, 나에게 유용한 다른 꽃과 풀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빚은 결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빚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이다. 스스로 빚에 대한 닻을 깨고 덫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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