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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 논쟁, 결국은 밥그릇 싸움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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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호성 기자

▲사진: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두고 연일 의료계와 정부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에 모여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옥외집회를 개최하고, 문재인케어 시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기존 건강보험에서 비급여 항목에 해당되던 항목들이 점진적으로 급여 항목에 포함되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된다. 보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던 국민들에게 한 줄기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집회에 나선 의료계 인사들 역시 문재인 케어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재인 케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요율을 인상해 의료비 수가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비 수가는 의사 등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을 의미한다. 현재 의료비 수가는 정부에 의해 정해지고 있으며, 수가는 실제 원가의 70~80%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 어찌 보면 의료계의 수가 정비 문제는 일견 타당성이 있어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그럴싸하고 예쁜 말들로 포장해봤자 문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의사협회의 투쟁은 결국 자기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불과하다. 의사협회는 이 부분에 ‘생존권’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자신들의 절박함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비급여 항목은 개인병원 의사들의 ‘돈벌이 수단’처럼 여겨져 왔다. 급여 항목과 달리 비급여 항목은 의사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말인즉, 동일한 검사항목이라도 동네의원, 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병원마다 가격이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몇 년 전 알레르기 증세로 동네 이비인후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그 병원은 별다른 상담이나 처방도 없이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학생 신분이었던 나에게는 터무니없이 비쌌던 레이저 치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해왔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병원을 떠나 어머니가 다니시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방문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간단한 검사를 마친 뒤, 환절기로 인한 일시적이고 대단치 않은 증상이라며 며칠 분의 알약만을 처방해줬다. 그 뒤로 수 년 째 알레르기 증상이 말끔히 사라진 것은 덤이다.

의사들은 동네의원과 대학병원 간 의료비 차이가 사라지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대학병원을 통해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환자를 받지 못한 동네 병원들은 폐업 수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어불성설이다. 동네 병원이라고 해도 실력이 뛰어난 병원은 입소문을 타고 얼마든지 환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

폐업 수순을 밟게 되는 병원들은 그만큼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폐업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 레이저 치료를 권했던 그 이상한 이비인후과는 얼마 전에 다시 찾아가보니 망해있었다. 물론 의사도 사람이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많은 공부와 피를 쏟는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오랜 기간 고생한 만큼 다른 직종에 비해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얻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의사들은 의사가 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새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리스 역사 속 명의 ‘히포크라테스’가 만든 의료의 윤리적 지침으로,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이 선서에는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라는 대목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대목이 포함되어 있다.

의사협회 비대위는 보건복지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에 ‘진정성 있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힘들게 마련됐던 의정협의체를 깨버렸다.

이필수 비대위원장은“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초음파 보험 확대에 대해 의료계와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행정예고했다”며 “복지부는 협의의 근본이 안 돼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는 23일 의협 회장 선거 후 재차 협의하겠지만 4월 29일 의료계가 총파업을 하기로 잠정 예정돼 있다”는 경고까지 서슴지 않았다.

과연 지금 광화문에 모여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들의 ‘밥그릇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의사들에게 처음 의사가 되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치던 시절의 순수함은 남아 있을까.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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