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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심판" 집단소송 준비하는 1470명...전문가 반응은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기사입력 : 2017-11-16 06:00 최종수정 : 2017-11-16 07:16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지난 12일 비트코인 거래물량 과다로 '블랙아웃'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코인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채비중이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가 법화로 인정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도 거래소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은 유효하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에는 가상화폐 관련 판례가 전무하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소송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성난 투자자들...소송 참여 밝힌 인원만 1470명

16일 '빗썸 서버다운 집단소송 모집'이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한 인원 수는 6300명을 넘어섰다. 이 중에서 "소송 참여 희망합니다"라고 의사를 밝힌 인원은 약 1470명이다.

이 커뮤니티는 지난 12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서버장애 직후 만들어졌다.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평소 빗썸을 이용하던 투자자들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자 접속자 수가 과도하게 몰린 탓이다.

문제는 접속이 차단된 시간동안 비트코인캐시 거래가가 280만원에서 오후 5시40분 기준 168만원까지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매우 빠르게 올라 사이트를 예의주시 하고 있었다는 한 투자자는 "3시30분에 접속했을 때 서버문제로 비트코인캐시를 살 수도, 팔 수도 없었다"며 "5시 반에 겨우 접속이 됐을 땐 반타작이 난 코인을 손에 쥔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코인 투자자들은 '매매타이밍'을 문제 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빗썸은 시스템 정상화 작업을 하는 시간 동안 대기 상태에 있던 매수/매도 거래건을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일괄 취소했다. 이를 두고 "고객의 동의 없이 거래취소를 할 순 없다", "의도적 시장 조작이다"라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빗썸 회원 가입 시 제공되는 약관에는 "기타 회사의 운영정책상 결제 이용을 제한해야 하는 경우 회원의 결제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제4장 15조), "기타 회사의 운영정책상 입금 및 출금 이용을 제한하거나 지연해야 하는 경우 입금 및 출금 이용을 제한하거나 지연하여 승인할 수 있다"(제4장 16조)는 근거만 제시돼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빗썸의 수습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투자자들은 빗썸 본사에 여러 차례 찾아가 항의를 하고 있지만 빗썸측의 공개적인 대응은 13일 게시한 홈페이지 사과문이 전부다. 카페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는 "빗썸은 안전한 거래를 약속하며 가입자에게 수수료를 받은 게 아니냐"며 "화폐 가치가 급락해서 손실을 볼 순 있지만, 우리는 어느 수준의 손실을 감수하며 매도를 할지 판단할 권리를 빼앗긴 것"이라며 명백한 사과를 요구했다.

"빗썸심판" 집단소송 준비하는 1470명...전문가 반응은


◇ 가상화폐, 법화는 아니지만 소송은 충분히 가능

집단소송 자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긍정적이다. 현행법상 가상화폐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전무하다. 가상화폐를 물질, 화폐, 투자상품 등 무엇으로 볼 것인지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거래장애로 인한 피해 소송은 사적 자치와 고객 간의 사전 계약관계에 근거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선 비트코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법이 없다. 정순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재까지) 가상화폐를 강제통용력이 인정되는 법화로 보지 않으며, 발행인의 지급체계를 기초로 전제되는 증권이나 파생상품으로도 보지 않는다"며 "가상통화가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더라도 이를 직접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판례도 빈약하다. 정 교수는 "일본 법원은 비트코인은 유체(형체)가 없고, 배타적 지배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 스웨덴 법원은 비트코인을 일반 현금으로 교환하는 사업자를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화폐에 준하는 자격을 인정받게 될지도 미지수다. 김기창 고려대 법과대학 교수는 "비트코인을 받고 물건을 제공하거나 서비스를 주는 주체가 워낙 비율이 작아서 이것을 화폐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채굴할 경우에는 가격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고, 거래소를 통해 구입을 할 때 가격이 정해지는 상황이라 화폐에 장차 버금가는 날이 올 것인지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서 소송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금융법 전문 변호사는 "가상화폐는 법 테두리 안에 없을 뿐이지 명백하게 불법적인 게 아니"라며 "가상화폐가 어떤 법 규제 안에 있는지가 미정이라서 계약의 효력이 존속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업 규제를 받는 영역이 아니라고 해서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게 아니란 뜻이다. 그는 "예컨대 어떤 사람이 마약구매 자금을 잃었다고 소송을 건다면, 마약거래가 불법으로 명시됐기 때문에 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면서 "불법적인 계약을 이행하는 데 법이 도움을 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빗썸은 사적자치고, 가상화폐의 가치는 수급변동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에 소송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13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전일 발생한 서버장애에 대한 사과글을 올렸다./ 사진=빗썸 홈페이지 갈무리

△13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전일 발생한 서버장애에 대한 사과글을 올렸다./ 사진=빗썸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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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거래 전산장애 판례가 승소 근거 될 수 없어

과거 판례는 증권사의 전산장애로 매도/매수 주문이 잘못 입력돼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이 경우 피해자는 전산장애 발생 전 보유 금액에서 전산장애 발생 후의 가중평균가격을 제한 만큼의 금액으로 배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이번 집단소송의 승소를 담보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과거 담당했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고 사건의 경우엔 고객이 매도 주문을 했었다는 기록이 서버에 남아있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매도를 했더라면 얼마에 거래됐을 것인가'를 전문가에게 감정을 받아서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경우엔 (서버에) 이런 기록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적다"며 "그렇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소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빗썸과 달리 증권사의 서버는 매우 안정적이어서 이번 '블랙아웃'과 동일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판례를 살펴봐도 증권사에게 주가지수선물시세정보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회사가 시스템 장애로 오류 있는 선물시세정보를 제공해 증권사에 영업상 손해를 입혔다는 등 회사와 회사 간 소송 케이스가 더 많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전산망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발의 준비를 한다"며 "빗썸이 기존 증권사의 전산망을 빌려서 영업을 했더라면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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