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만료 CEO 경영성과 평가] 이덕훈 행장, 건전성 위협 속 고군분투](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70206002237172416fnimage_01.jpg&nmt=18)
지난 2014년 3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한 이덕훈 행장은 은행·증권 등 다양한 업권 경력으로 주목받았지만 조선·해운 업황 부진 속 임기 내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았다. 이덕훈 행장은 수출입은행의 재무건전성 확보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힘을 쏟았다.
◇ 여신관리 부실 여파 첫 코코본드 발행
이덕훈 행장은 전방위적 경력으로 주요 금융권 인사 때마다 후보로 자주 거론되곤 했다. 금융업계에선 공적자금을 투입한 합병은행인 우리은행의 은행장으로 수익 개선과 파벌 싸움을 해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출입은행 취임 땐 이른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부각됐지만, 재무부 출신 관료가 아닌 민간 출신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장 수장이 된 뒤 이덕훈 행장은 조선·해운업 부실채권 관리 실패로 수은의 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부실기업 여신 관리 소홀 문제는 일파만파 커졌다. 작년 6월 감사원의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분 70.6% 보유 최대주주로서 성동조선해양 적자수주 규모 확대에 따른 피해 관리가 미흡했다. 본래 수출입은행은 2012년 9월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연간 누계손실한도 700억원 내에서 최소 조업을 위한 적자수주를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하지만 이듬해 5월 손실한도를 1800억원까지 확대하면서 적자수주 물량이 두 배로 늘었고 영업손실 예상액이 588억원 급증했다.
대출심사 부실에 따른 사후처리에 잡음이 일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 비상장 종합가전회사 모뉴엘 대출 비리 관련 수출입은행 임직원 57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는데 이행이 부족했던 것. 작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7명 중 중징계인 정직 처분은 1명, 경징계인 감봉과 견책 처분은 각각 2명뿐으로 실제 징계는 5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신심사 강화 요구 속에 재무 건전성 위협도 대두됐다. 수출입은행은 2015년 12월 말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으로부터 1조5000억원 규모의 출자를 받았다. 9월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10% 아래로 떨어져 재무건전성이 악화됐고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수출입은행의 독자 신용등급을 하향했던 데 따른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11월 1976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자본확충”을 목적으로 5000억원 규모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기도 했다.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6월 금융위원회가 소관 기타공공기관에 실시한 ‘2015년 금융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기업 구조조정 경영정상화 지원, 조선·해운 취약산업 지원 노력 등 주요 정책 실적 부진”이라는 평을 받아 전년(B등급)보다 한 단계 하락한 C등급이 매겨졌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공기업 지정 유예로 기타공공기관을 유지했지만, 올 6월 실시되는 ‘2016년도 경영실적 평가’ 때는 보다 엄격한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 조선·해운 편중 리스크 해소 총력
수출입은행은 작년 10월 정부의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라 “리스크 관리와 여신심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남주하 수출입은행 경영혁신위원장(서강대 교수)은 “수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금융 역할에 치중하다 보니 자금 공급을 해마다 확대하면서도 자본건전성 확보와 리스크관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수출입은행의 여신 지원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50조원대를 돌파했고, 2015년엔 80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조선, 건설·플랜트에 여신 70% 이상이 몰린 편중 리스크는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꼽혔다.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2008년 0.25%에서 작년 6월말 4.34%까지 급등했다.
혁신안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기존 국내 차주 중심이던 신용평가 시스템도 올해 말까지 개편해 대상을 해외차주까지 넓히고 중장기금융 신용평가 시스템을 정비하기로 했다. 또 시행령과 내규 개정을 통해 동일인·동일차주 앞 여신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40%, 50%로 각각 줄이는 신용공여 한도 축소로 여신 부실화를 막고 사전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달 현재 총 23개 과제 중 8개 과제를 완료했다. 오는 2021년까지 자구계획(1개)과 계속과제(6개)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과제를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 40년만 첫 적자…신성장산업 지원 강화
수출입은행은 작년 1조원 가까운 적자(당기순손실)를 잠정 기록하게 됐다. 연간 기준 적자는 1976년 출범 이후 40년만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 상반기 때 반기 기준 첫 적자(-9379억원)로 정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9월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수출입은행에 935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순손실을 낸 요인은 대출과 지급보증이 부실화되면서 생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지목된다. 작년 6월 대우조선해양 여신 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한 단계 낮추면서 충당금을 1조원 넘게 쌓은 것. 수출입은행은 분식회계 의혹이 겹친 대우조선에 9조원에 달하는 여신을 내준 상태다. 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STX조선해양이 ‘추정손실’로 분류된 데 따른 100% 충당금 부담도 거론된다.
올해 수출입은행의 여신(대출·보증·투자) 지원 규모는 67조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줄이되 신시장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덕훈 행장은 지난달 신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작년보다 소폭 줄어든 지원규모지만 신성장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서비스산업·에너지신산업·미래운송기기 등 신성장산업 지원에 6조5000억원을 배정해 전년 대비 44% 확대했다. 2018년에는 7조원, 2019년에는 8조원으로 지원금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전통 수주산업의 중요성도 재강조했다. 이덕훈 행장은 “수출 인프라인 해운을 포기하는 것은 경부고속도로를 남들이 마음대로 운영하도록 놔두는 것과 마찬가지”, “세계 1위인 조선업을 포기하는 것도 국가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어리석은 일”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건전성 논란'에 대해서도 이덕훈 행장은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비교해 건전성을 논할 수 없고 태생적으로 기업의 위험을 끌어안고 가서 상대적으로 BIS 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취약하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과 같은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을 운영하는 국가 중 BIS 비율 규제 적용국은 한국을 비롯 손에 꼽힌다. 또 수신기능이 없어 예금자 보호를 위한 측면도 비껴가 있다.
이덕훈 행장의 임기는 올 3월 끝나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청와대 기능이 마비돼 인선 절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임기 3년의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산업 구조조정 중 경영 성적표와 공기관 인사 특징상 이덕훈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긴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이덕훈 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행장 선임 관련 “내부·외부 출신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고 대주주인 정부가 필요에 의해 정하는 것”이라며 “최고의 전문가가 수은을 운영해줬으면 좋겠고 최소한 저보다 나은 전문가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