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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판 홍길동’ 이랜드

김은지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6-12-22 16:52 최종수정 : 2016-12-22 17:03

‘2016년판 홍길동’ 이랜드
[한국금융신문 김은지 기자] 지난 2014년 마트 노동자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 <카트>가 개봉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카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문제를 다룬 최초의 상업영화로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될 만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또한 뉴욕아시안영화제와 로테르담·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를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영화 <카트>의 배경을 제공한 기업로선 씁쓸할 수밖에 없을 노릇이다. 아마 영화가 회자될 때마다 마치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아닐까.

최근 영화 <카트>에 대한 관심이 개봉 당시에 비할 만큼 뜨겁다. <카트>는 2007년 5월 이랜드그룹 홈에버에서 일어났던 대량 해고 사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이랜드는 비정규직 관련법 시행(7월)을 앞두고 뉴코아(이랜드 모체)의 노동자 용역전환을 발표, 이후 계열사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를 단행했다.

노동법에 따라 2년을 넘게 근무한 이들은 정규직으로 채용돼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이 악용돼 비정규직은 2년마다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2007년 홈에버의 경우,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란 법이 시행되기 직전 비정규직 노동자 350명을 일터 밖으로 내몰았다.

해고 노동자들은 부당해고에 반대해 20일간 마트를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갔으며 그들 중 극히 일부가 마트로 돌아가기까지 500여 일의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뉴코아는 계약 만료된 350명의 비정규직 대신 150명의 외주업체 직원을 대체 투입하며 갈등을 촉발 시켰다.

이어 올해 12월, 이랜드가 또 다른 홈에버 사태를 촉발 시켰단 오명을 쓰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고용노동부는 이랜드파크 매장 360개소의 근로감독 결과, 모두 4만 4360명의 근로자에게 83억 72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10월 초 이랜드 매장 15곳을 1차 조사했고 휴업수당과 연차수당 미지급 등의 위법 행위를 확인했다.

이에 이랜드는 10월 5일자로 사과문을 내고 “최근 애슐리 파트타임 근무와 관련된 지적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철저히 재점검해 모범적인 사업장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과문처럼 ‘모범적인 사업장’ 으로 거듭나려는 이랜드의 실행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고용노동부는 ‘이후’ 감독 대상을 전체매장으로 확대해 10월 27일부터 12월 9일까지 이랜드파크 전 매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 알려진 바와 같이 전체 매장 360곳에서 휴업 수당과 연장수당 미지급, 연차수당과 임금, 야간수당을 미지급한 행태가 적발됐으며 총액은 83억 7200여만 원에 달했다.

또한 지난 20일 한통의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이랜드 측의 기사 수정 요청건으로, 기사 제목 중 ‘착취’ 란 표현을 다른 단어로 바꾸면 안 되겠냐는 물음이었다. 더욱이 이랜드는 ‘착취’란 표현의 고사를 요청한 20일 당일에도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다가 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불거진 21일에야 사과문을 발송했다. 진정한 반성은 하지 않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한게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과의 방향 역시 틀렸다. 사과는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닌, 이랜드에 ‘착취’ 당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랜드 관계자들은 현 시대의 청춘을 빗댄 ‘아프니까 청춘이다’, 혹은 ‘88세대’, 나아가 ‘77세대’ 같은 표현을 접하면 과연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어 질문을 하나 더 던지고 싶다. 약 84억 원에 달하는 임금 미지급을 ‘착취’라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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