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권선주 행장의 임기는 오는 27일까지다. 기업은행장 자리는 금융위원회가 후보를 고르고 대통령에게 제청해 임명하는 형식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금융위는 아직까지도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여건에 고초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 자금공급의 핵심 엔진 노릇하는 중요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데 차기 행장이 누가될지 모르는 금융정책 공백현상이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인사들은 말을 아끼고 있어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 노조, 실패한 길거리 점포 관여 인사 개입 정조준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 노조의 연이은 공세적 행보가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외부 인사보다 내부 인사 출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현재 거론되는 내부 출신 후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여러 차례 성명서를 내 극렬하게 반발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노조가 가장 선호하는 후보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기업은행 노조가 제기한 대표적 의혹은 5년 여 전부터 시행했던 ‘길거리 점포’ 사업과 관련된 특정 인사가 행장 선임에 관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길거리 점포’는 공중전화 부스에 ATM을 접목한 것으로 기존 은행들은 ATM 운영으로 인한 손해가 늘어나 줄이는 추세에서 오히려 ATM 비용을 늘리는 방식이라 업계에서 의아함을 불렀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1년 미래전략실의 제안에 따라 KT 자회사인 KT링커스와 10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손실만 불어난 실패 사례라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시즌에 “지난 201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전국 공중전화에 2000대의 ATM을 설치하는 길거리점포 사업을 운영해 기업은행이 1460억원의 손실을 냈다”며 실패한 사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길거리 점포 사업과 연관된 회사는 큐브인사이트다. 이 회사는 해당 사업이 추진된 지난 2011년 설립된 이래 부스 제작 및 설치 업체로 길거리 점포에 참여했다. 사원 수는 20여명으로, 245억원의 총자산 대부분이 해당 사업 관련 유형자산이다. 작년 기준 매출액은 138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34억원이다.
◇ 다시 떠오르는 권 행장 유임설
공교롭게도 최근 해운대 엘시티(LCT) 금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큐브인사이트에서 2013년부터 1년 여 간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현 전 수석은 주택은행 출신으로 현 정부 실세로 취급받는다. 또 굵직한 금융권 CEO 자리가 공석일 때마다 1순위로 거론되던 후보였다.
기업은행 노조는 큐브인사이트 사장과 기업은행장 후보들과 자리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으나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기업은행장 자리를 두고 잡음이 일면서 권선주 행장의 유임 가능성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권 행장의 유임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은행권에선 지배적이었다. 고 강권석 행장이 연임한 전례가 있긴 하지만 국책은행장 연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금융계에 팽배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 행장이 성과연봉제 등 현 정부 정책에 모범적으로 부응하는데 한계를 드러내면서 연임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을 것이라는 해석이 돌기도 했던 터였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인선을 둘러싼 혼란스런 상황이 길어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형은행 경영공백 사태를 막으려면 일시적으로라도 유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설이 돌기 시작했다. 권 행장이 유임될 경우 인물 검증을 새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으로서도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계에선 권 행장 유임설 말고도 내부인사로 가운데 김도진닫기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