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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순실」로 힘 받는 지배구조개선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

기사입력 : 2016-11-28 00:08 최종수정 : 2017-04-20 15:58

[기자수첩]「최순실」로 힘 받는 지배구조개선
[한국금융신문 고영훈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온 나라가 난리다. 하루가 다르게 언론의 최순실 관련 비리 보도는 새롭고 놀라운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20세기 초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몰락의 이면에는 요승 그리고리 라스푸틴의 전횡이 있었다. 라스푸틴은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후인 알렉산드라를 뒤에서 조종하며 황제인 니콜라이 2세를 뛰어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위키리크스에 실린 2007년 7월 20일자 문서에 따르면 윌리엄 스탠턴 당시 주한 미국 부대사는 최태민 목사를 라스푸틴에 비유하며 본국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보고했다. 당시 최태민 리스크는 다시 딸인 최순실에게 이어져 국정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23일 검찰은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모두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했지만, 왠일인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찬성표를 던졌다. 검찰은 이 미심쩍은 찬성표를 최순실과의 연결고리로 보고 혐의를 두고 있다. 같은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청문회 운영 일정과 증인 명단을 의결했다.

다음달 6일 열리는 청문회에는 8대 그룹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되며 화살은 기업들에 대한 수사로 확장 일로를 걷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 이슈는 소위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와 관련한 주주가치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은 한층 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열린 기업지배구조 컨퍼런스에선 이같은 세태를 반영해 한국형 지배구조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대 김우진 교수는 기업집단 차원에서의 의사 결정 구조 때문에 주주간 불공정한 부의 이전이 발생하고,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무리한 경영권 승계 시도같은 문제점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지배주주일가가 기업과 다른 주주의 가치를 침해하면서 사적 편익을 취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었다.

또다른 패널은 부당한 지배구조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자본시장법과 회사법이 통일적인 규제로 나가야 한다며 기업집단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를 위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와 전자투표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다음달 공표 예정인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한 위원회에서 마련했다.

이번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주목하는 것은 기관투자자들의 제 목소리 내기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수탁자 책임 활동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대화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인해 삼성물산 합병건 같은 사태를 바로 막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소통의 활로는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전자투표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내용이 담겨있다.

전자투표는 2014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이용율이 상승한 바 있다. 현재 2017년까지 유예돼 있는 섀도우보팅제도의 대안이 필요한 상황으로 슈퍼 주총데이 같은 한국의 고질적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부당한 기업지배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 편의를 제공하고 자율성을 보장해야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으로 금융권 역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는 가운데 경제민주화법 통과 이전에 현대중공업, 매일유업 등은 지주사 전환을 시도하며 발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최순실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거대한 국정 혼란 사태로 인해 정경유착의 추악한 민낯이 속속들이 국민들에게 생중계되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사상가 한비의 저서 한비자의 망징(亡徵)에는 임금이 탐욕스럽고, 이익을 가까이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이번 청와대발 리스크로 인해 가중된 국내 경제계의 위기가 새로운 개혁을 위한 발판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해 본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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