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경제연구원이 1일 발표한 '일본기업 구조조정 20년의 교훈' 보고서에서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존 사업의 축소, 정리, 인원감축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중요했지만 신규 성장사업의 개척과 육성이 승패를 좌우했다"며 "철강업에서는 인원 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에서 점차 새로운 소재 기능과 신공법의 개발에 주력하면서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샤프의 LCD 사업 대형투자의 실패 사례처럼, 일본기업이 잘 아는 사업의 개량형, 업그레이드형 대형 투자의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던 것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우위성을 지나치게 과신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자신이 잘 아는 사업의 경우라도 신규투자 금액이 커지면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벤처형으로 소규모 투자를 여러 개 실시해 틈새 분야에서 성과를 본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일본이 장기불황 초기에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했고 이로인해 부실한 기업과 산업이 확대되어 은행 부실문제도 연달아 심각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 이후에 철강, 조선 등 각 산업에서 대형합병, 경쟁사 간 사업통합이 이루어졌다. 이로인해 일본정부가 구조조정에서 성장전략을 본격화시킨 것은 장기불황 돌입 후 15년이 지난 2000년대 중반이었다.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산업재생법을 통해 기업의 상시 구조조정을 유도하여 산업의 재생을 도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지만 늦게 시작되었을 뿐아니라 정권이 바뀔때마다 새로운 성장전략이 제시되는 등 추진력이 강하지 못했다"며 "초기의 신속한 상황판단과 대응이 미진했던 것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 주요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구조조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신성장 분야에 주력하지 못했던 것이 경제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경제 전체의 활력 제고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