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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현대차 정신연령은 아직 1980년대

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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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4-20 03:08 최종수정 : 2016-04-20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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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현대차의 한 2차 협력사 대표가 1차 협력사로부터 받지 못한 납품대금을 현대차가 해결하라고 지난달 1인 시위를 진행하자 ‘노사관계 선진화로 기업경쟁력 강화’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보안요원들이 대형버스로 장애물을 세우고 시위자를 감시하고 있다. 19일 본지 취재가 들어가자,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어깨들이 ‘기업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벗고 ‘농협 유통’이라는 문패 앞에서 행인처럼 위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현대차의 한 2차 협력사 대표가 1차 협력사로부터 받지 못한 납품대금을 현대차가 해결하라고 지난달 1인 시위를 진행하자 ‘노사관계 선진화로 기업경쟁력 강화’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보안요원들이 대형버스로 장애물을 세우고 시위자를 감시하고 있다. 19일 본지 취재가 들어가자,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어깨들이 ‘기업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벗고 ‘농협 유통’이라는 문패 앞에서 행인처럼 위장하고 있다.

[한국금융신문 정수남 기자] #.

1989년 5월 어느날 밤. 마스크를 하고 한손에 각목, 한손에 시너 통을 든 건장한 청년들이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 대학로 초입에 위치한 현대자동차대리점(현 청운예술극장,대학로극장)으로 접근하고 있다.

순간, 이들을 막아선 어깨들이 있다. 이들은 청년들에게 “어디서 나오셨죠?”라고 묻는다.

청년들은 이들이 현대차가 고용한 구사대(救社隊,회사를 구하는 조직으로 노동조합에 대항해 사측에서 만든 비조합원 단체. 요즘말로 하면 용역 깡패 정도)임을 직감적으로 알아 채고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얼버무리며 도로 건너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발길을 채촉했다.

이들 청년은 인근 대학의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로 당시 울산 현대자동차노조의 안국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임금과 단체협약을 위한 상경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당시 고(故) 정주영 명예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노조의 요구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대학생이 현대에 경고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인근 대학로 현대차대리점 방화에 나선 것이지만, 프락치(끄나풀)에 의해 정보가 새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이 같은 현대가의 전통은 30여년이 흐른 21세기에도 여전하다.

올 겨울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출입구에는 건장한 청년 30∼50여명이 인도 양측에 늘어서 있다. 이들은 ‘노사관계 선진화로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어께띠를 두르고 있다. 얼핏보면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캠페인을 펼치는 것처럼 보인다.

본지도 이들이 현대차그룹 직원들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다 지난달 캠페인 인원이 대폭 늘자, 본지가 현대기아차 홍보실 권용준 부장에게 이들의 정체에 대해 묻자 “계열사가 50여곳이 넘는데, 어디 계열사 중에 한곳 이겠죠? 보고 받은 바 없습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19일 수수께끼가 풀렸다, 이들은 사옥 여기 저기에 배치된 보안요원과 같은 어깨들이다.

최근에 이들은 어깨에 ‘기업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바꿔 두르고 한두명씩 짝지어 사옥 주변에 서 있다.

이날 본지가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묻자, 어깨띠를 두른 한 남성은 “우리는 아침에 여기 서 있으라고 지시를 받고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서 뭐하시는데요”라고 다시 묻자, “시위도 막고...”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럼 사진 찍어도 되죠”라고 하자, “안됩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사옥 앞에서 상시 일어나는 1인 시위나 대규모 시위를 막기 위해 위장한 예비 병력인 셈.

실제 지난달 하순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노동자 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자 이들과 경찰병력은 사옥 전체를 에워싸고 현대차그룹을 지켰다.

이후 길건너 코트라 사옥 앞 버스 정류장에서 망원렌즈를 장착한 본지 카메라에 잡힌 이들 보안요원은 어깨띠를 모두 벗고 지나가는 행인처럼 위장했다.

정몽구 회장이 2000년 초 소위 ‘왕자의 난’이라고 일컬어지는 형제 간 경영권 다툼으로 그룹의 노른자 현대차를 독식해서 일까? 여전히 현대차그룹 주변에서는 보안요원들이 1980년대 용역깡패 역할을 하고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 출입이 무섭기도 하고, 꺼려지기도 한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의 굴지의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했으나, 여전히 정신연령은 198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수남 기자 perec@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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