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금융위원회 등 주변 안팎에서 ‘똑부’로 통한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임종룡 위원장의 일하는 속도를 따라 잡기가 벅차다는 얘기가 금융당국 내부에서 자주 나올 정도다. 핵심을 워낙 빠르게 파악하는 데다, 추진력과 조정 능력도 대단하다는 얘기가 실무자 입에서 나오곤 한다.
몇 가지 일화를 보면 그의 일에 대한 근성을 엿볼 수 있다. 2009년 11월 청와대에서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던 때에는 ‘부친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세 차례나 받았으나 결국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재정경제부 근무 시절의 축구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축구 대회가 열리면 동료들의 제1 목표가 그에게 패스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출중했다고 한다. 당시 십자인대가 끊어지고 연골이 파열됐는데도 축구장을 지켰을 정도.
1981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정책과장·종합정책과장·경제정책국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1차관 등 엘리트 코스를 밟고, 경제 관료로서 드물게 금융과 경제 양 부문의 주요 보직을 거친 것도 일에 대한 근성을 높게 평가받은 때문일 것이다. 이 덕분에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쳐 국무총리실장까지 지내면서 ‘중재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최대 장점은 흔히 ‘똑부’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지는 ‘겸손’과 ‘온화함’이라는 미덕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재직 당시 비공개 투표로 진행되는 ‘닮고 싶은 상사’에 세 번이나 선정될 정도로 직원들에게 신망을 얻었다. 20개월을 몸담은 NH농협금융지주를 떠날 때도 “붙들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보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인생철학인 ‘진정성’에서 나온다. 진정성을 갖고 대하면 누구와도 함께 갈 수 있다는 게 임종룡 위원장의 굳은 소신이다.
그는 훌륭한 ‘인터뷰이(Interviewee)’로 통한다. 매너도 매너지만 인터뷰의 맥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멘트 하나하나에는 구체적인 단어와 실증적인 사례가 반드시 들어간다. 그만큼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