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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은행 성과주의 지지부진 "왜"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6-01-18 15:46 최종수정 : 2016-01-18 17:36

시중은행 노조 "과도한 정부 정책 주도 문제 많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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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성과주의 도입을 주문하면서 은행권 임금체계가 수술대에 올랐지만 은행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성과주의 도입을 주문하면서 은행권 임금체계가 수술대에 올랐지만 은행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성과주의 도입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성과급 확대나 개인 평가 시스템 도입은 노조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은행 노조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은 승진 연한에 대한 제한 없이 '특별 승진' 카드를 활용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성과주의 도입에 나서고 있다.



◇ 금융공기업 중심 은행권, 임금체계 개편 시동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올 상반기 ‘성과주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IBK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을 필두로 시중은행으로 이를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IBK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들의 임금체계를 우선 개편한 이후 시중은행이 이를 뒤따를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성과급 비중을 3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도 올해 금융개혁 첫 번째 과제로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꼽았다. 그는 지난 12일 금융정책 수요자 간담회에서 “금융개혁을 체감하려면 금융권에 성과주의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도록 차등화하고, 평가와 인사체계,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측면의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은행의 임금체계는 일정 연차만 쌓이면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로 성과급의 경우 지점이나 부서 등 집단의 실적을 바탕으로 나온다.

이 때문에 저성과자를 가리기 힘들고 직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등 여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의 임금과 성과와의 연동성이 낮은 임금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임금 수준(100기준) 대비 금융산업의 임금수준은 2006년 129.7%에서 지난해 139.4%로 상승했다.

금융 산업의 호봉제 비율은 2013년 63.7%로 전체 산업 평균인 36.3%의 두배에 달한다.

결국 성과주의 확산은 호봉제 중심인 현행 은행원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바꾸는 데 달린 셈이다.



◇일부 은행권 업무성과 따른 발탁인사 단행

이에따라 일부 시중은행은 '특별 승진'이라는 카드를 활용해 연봉연계 성과주의 평가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별승진'을 통해 시중은행의 성과주의 정책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 6일 KEB하나은행은 성과가 우수한 행원급 직원 6명을 특별 승진시켰다. 5명의 행원이 과장으로 승진했고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한명이 대리로 승진했다.

이는 통상 4~5년 걸리는 승진 연한을 단축시킨 것으로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틀어 처음 있는 파격적 사례다. 지금까지는 행원이 책임자급으로 승진하려면 일정한 근무 기간을 채워야 했다.

이처럼 행원이 영업실적만 가지고 일부 직원을 호봉에 상관없이 책임자로 특별 승진한 것은 은행 창립 이래 처음이다. 전체 은행권에서도 흔치 않은 '파격 인사'라는 평가다.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행장은 "'노력한 만큼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성과 중심의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이번주 예정된 부장급 이하 정기인사에서 승진 연한에 관계없이 성과가 우수한 직원 140여명을 승진연한에 관계없이 발탁하기로 했다. 예컨대 팀장에서 부장이 되기까지 통상 10년이 걸리는데 성과 우수 직원은 이 기간이 1~2년 단축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승진 연한 제한에 은행원들의 불만이 컸다"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제한을 일부 푸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취임한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서는 능력 있고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이 보상받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시중은행의 특별인사 승진 단행이 최근 금융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성과주의 문화 확산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승진 체계에서 벗어나 '성과는 곧 승진'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조직내에 심어줘 자연스럽게 성과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없앤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노조 “과당경쟁 우려…성과주의 반대"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이들 은행들이 노조와 협의로 성과주의 확산이 어려워지자, 은행권 내에서 고성과자 특별승진이라는 전략을 내놓은 것 아니냐며 지적한다.

다시 말해 이들 은행처럼 발탁인사가 성과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동시에 은행 노동자들 사이에서 높은 성과를 내 보상을 받게 하려는 동기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노조들이 여전히 성과주의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성과주의 도입 1순위로 지목한 IBK기업은행은 아직 노조와 관련 논의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중앙 노조인 금융산업노조는 각 지부에 “성과주의와 관련된 어떤 합의도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IBK기업은행은 성과급 비중 현행 17%에서 30%로 늘리는 방안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8일 임금단일협상을 마무리한 KB국민은행도 성과주의 도입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직급별 기본급 상한제(페이밴드) 확대와 개인성과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잠정 중단했다. 페이밴드는 정해진 기간 안에 승진을 못할 경우 기본급을 동결하는 제도다. 국민은행 노사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TF 구성 시점이나 논의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노사도 지난달 24일 임단협에 합의하면서 개인평가제도와 차등 임금피크제 도입은 향후 TF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임단협이 진행 중인 KEB하나은행도 노조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가 합의점을 도출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이 있으니 성과주의 도입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노조 반발이 심해 눈치만 보고 있다”며 “금융공기업 추세를 지켜본 뒤 노조와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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