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승이 한국 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탈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저유가, 신흥국 경제 불안 등의 몇가지 요소가 외국인의 한국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오후 1시44분 현재 444억원을 팔고 있다. 외국인의 팔자 행렬은 최근 15거래일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은 2조원이 넘는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조금 의아한 모습이다. 한국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최상위 등급을 받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 중에도 무디스는 지난 18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3'에서 'Aa2'로 한단계 올렸다. 이는 최상위 등급인 Aaa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여기까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한 주요 근거는 경제성장률이 선진국 평균치에 비해 높고 정부의 공기업 부채 축소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는데다 외환 부문 대응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작업도 성장잠재력을 회복시킬 것으로 판단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도세는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시장을 떠나는 외국인은 비단 최근 15거래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외국인은 올 한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난 11월말까지 한국 주식을 1억5000만달러 넘게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연간 누적 기준으로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무디스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떠난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한국 수출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지난 12월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 금리 인상 이후로 튼튼하지 못한 경제 펀더멘탈을 지니고 있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유가도 또 한 가지 우려점이다. 특히 신흥시장 중 브라질과 중국 등의 신흥국은 유가 폭락으로 경제 여건이 좋지 못하다. 유가는 신흥시장과 같은 위험 시장의 위기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중원 연구원은 "무디스의 상향조정은 우리나라가 신흥국 중에 차별화되는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의 시그널"이라며 "실제로 우리나라가 FRB(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가장 견고하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기조적인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오르면서 외국인이 더팔 것을 덜 파는 정도의 상황"이라며 "경기 개선이 확인되는 시점에 외국인이 유입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다시 돌아오는 시점은 언제일까.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 후폭풍이 가라 앉아 신흥국 경기가 회복되고 유가도 안정을 되찾는 시점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자체로도 경기 회복의 신호가 확인되는 시점이 외국인이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장원석 기자 one21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