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잔존 우리은행 겪을 고초 못내다 봐
오는 21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방안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자 현재의 난관은 지난해 민영화 추진이 부분적 성공에 그친 것이 결정적이라는 지적이 조심스레 고조되고 있다.
금융계 한 임원급 인사는 최근 한국금융신문과 통화에서 “우리투자증권과 협업 모델이 적잖이 큰 자산이었던 우리금융그룹에 은행만 남겨 놓는 민영화에 그치면서 우리은행 기업가치가 삭감된 것이 앞으로 두고두고 부담스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추구하다가 분리해서 우리투자증권을 내놓은 결과 다른 비은행 자회사와 함께 팔아치우는데는 성공적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매각대상이었던 우리은행 매각에 실패한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본격 허용된 금융복합점포 혜택으로부터 우리은행은 자동으로 소외됐다.
금융지주 산하에 금융투자사를 거느린 은행은 복합점포 가동 이전에도 연계영업 등으로 고객 수요에도 부응하고 자매사와 협업 시너지를 누리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외톨이 신세였다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비은행 부문 일부 업계 선도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나섰지만 비은행 제휴사와의 거래에서 은행이 건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 외형 선두권 다투는 은행 주가는 하위권
은행상품과 서비스로만 이자이익과 수수료 이익을 높이려 백방으로 뛰다 보니 실적기대치가 높아지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에 끼어버린 셈이다.
겸업화 대형화 정책 때문에 갈수록 금융지주 모델이 유리하도록 정책을 펴는 와중에 정부가 소유한 유망한 은행을 정책방향상 이익을 내기 어렵게 방치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올 만하다. 우리은행 주가는 17일 다시 160원 떨어진 8960원으로 마감됐다. 주가가 1만원을 밑도는 곳은 광주은행과 우리은행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 내부에서 조속한 민영화를 열망하는 인식이 커지는 것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러 갈래 이야기를 모아보면 결국 지금까지 우리금융에 이어 우리은행을 관리해온 정부 정책흐름에 대한 한계를 절감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정확히 과반을 넘는 지분을 움켜쥔 채 통째로 그것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는 묘수가 없을까 고민한다면 그것은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라리 경영자율권을 대폭 허용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모색하는 편이 현명한 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투입 이후 경영관리 목표를 주면서 통제하는 시스템에서 이제 그만 놓아달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여망이 아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 앞으로 나타날 지표가 더욱 희망적일 수 있게
요즘 주가는 우리은행 여러 가지 경영지표가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총대출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이자이익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최근 우리은행 이자이익률은 경쟁은행보다 떨어져 있다.
그런데 앞으로 지표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분석 또한 고개를 들고 있다. 익명을 청한 증권가 한 전문가는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CEO 주도로 공격적 영업을 펼침으로써 높은 수준의 자산성장을 일군 만큼 그 효과가 후행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가장 큰 짐이었던 충당금 적립부담 또한 완화추세에 진입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노력에 따른 개선효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지분 30% 이상 일괄매각 대신 유연한 지분매각에 나서준다면 경영지표의 질적전환에 순풍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의 대세를 타고 분할 매각을 추진하면서 우리은행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민영화의 정석이 될 것이라는 지적, 충분히 음미해 볼 만한 상황으로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