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이 가운데 1~3주차 접수한 건의사항 617건에 대한 회신 결과를 공개했다. 107건은 현장에서 답변했고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가 60건이었으며 관행·제도개선에 대한 회신이 447건이다. 금융위는 제도개선과제 447건 중 219건을 수용해 수용률이 49% 수준이라 밝혔다. 회신결과는 크게 △수용 △불수용 △추가검토로 분류했으며 수용에는 일부수용 및 기조치 사항들도 포함됐다.
◇ 금융개혁과 거리 멀어진 수용안
그러나 금융위가 규제를 풀겠다고 확실히 밝힌 수용안에는 전향적 조치라 평가할 만한 부분을 찾기 어려워 ‘금융개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무리한 검사자료 요청으로 과중한 업무부담이 발생한다는 건의사항에 대해 금감원은 “검사역이 금융회사와 사전협의를 통해 검사자료 제출기한을 충분히 부여하고 반복·이중적인 자료요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블랙컨슈머 등 악용사례가 발생했던 금감원 민원발생평가에 대해서도 올해로 종료하고 내년부터 ‘소비자보호실태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제공방안에 대해서도 개선하기로 했다.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퇴직연금 고객이 해당 퇴직연금금융사의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이 불가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융위는 금융사의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올 상반기 중으로 퇴직연금 자산운용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여신 등 거래에 대한 기한이익 상실 통지방법도 기존에 ‘배달증명부 내용증명우편’을 이용하도록 한 것에서 확대된다. 배달증명부 내용증명우편은 일반 내용증명우편에 배달결과를 서면으로 보내주는 서비스가 더해진 것이다. 은행권에선 일반 내용증명우편도 수취인과 도달여부가 인터넷을 통해 확인 가능하고 비용도 약 30% 저렴한데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 하다고 주장했다.
펀드 가입 시 서류와 절차도 간소화될 예정이다. 기존엔 투자자의 자필기재 서류가 많고 정보 확인 절차가 복잡해 불편을 초래했다. 금감원은 업계 및 금융투자협회 등과 TF를 구성해 올 3분기에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전향적 조치 찾기 어려워 아쉬움
금융위와 금감원이 불수용 조치를 내린 건의사항들은 금융개혁이나 영업력 강화 측면에서 완화가 기대됐던 사안들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 개인정보유출 사태 이후 취해진 조치들은 불수용해 한 번 문턱을 높인 규제에 대해선 풀지 않는 완고함을 보였다.
우선 지난해 카드사 개인정보유출로 한층 강화됐던 지주회사 내 자회사 간 정보제공 규제에 대한 완화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사들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자회사 간 정보제공이 내부관리 목적 등으로 과도하게 제한돼 고객 대상 맞춤형 상품 안내와 지주회사 내 정보공유를 통한 마케팅 등 시너지를 내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카드 고객정보 유출사태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조치 강화 일환으로 지난해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된 만큼 자회사 간 영업목적 정보 제공 허용은 사회적 공감대 및 국회의 전향적 입법의지가 형성된 이후에 추진이 가능한 사항으로 현재로선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펀드나 보험 등 계열사 상품 판매비율 제한 완화 건의도 불수용했다. 계열 운용사 상품이 우수해도 연간 총 펀드판매 금액의 50% 이하로 제한되는 규제 때문에 고객에게 판매하지 못했다. 고객 니즈와 상관없이 동일 지주 자회사의 상품 판매에만 주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판매비율 규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판매회사인 은행권에선 타 금융기관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조건 계열 운용사 상품만 권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2년간 규제 위반 사례는 없었지만 아직까지 규제도입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로 일몰을 2년 연장할 것이라 밝혔다. 특정금전신탁 영업 활성화를 위해 영업점 창구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제도 완화가 거절됐다. 은행들은 특정금전신탁을 창구에서 1:1 소극적 대면 영업만 할 수 있고 방문영업 등은 불가능했다.
금융위는 “신탁이 여타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지양한다”며 “방문영업 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고 투자자의 계약철회권 적용 여부 등 법적 쟁점을 고려할 때 특정금전신탁 방문판매 허용은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금융권의 관심사 중 하나였던 복합점포 내 보험사 입점 허용에 대해선 추가검토 의견을 달았다. 금융위가 지난해 규제개혁을 위해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보험사 입점은 불가능해 은행·증권 복합점포만 개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한 복합점포를 위해 보험사 입점이 필요하지만 은행지주사 내 보험사와 전업보험사, 보험대리점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대립 중이다. 금융위는 관련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 상반기 중 추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혁신성 평가 지표 수정 요청이나 전담조직 기준마련 등 기술금융과 관련된 건의사항에 대해선 전부 지난 4월 13일부터 5월 8일까지 진행된 기술금융 실태조사 결과 반영하여 추가검토 하겠다는 답변을 달았다.
◇ 홍보 부족으로 기조치 규제 반복 건의
한편 이번 회신내용 중에는 이미 완화된 규제임에도 금융사들이 또 다시 건의한 사항들이 상당수 존재해 금융당국 홍보업무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은행권 회신내용 70건 중 14건이 기조치된 건의사항이었다.
바젤Ⅱ와 바젤Ⅲ 관련 감독체계 일원화에 대한 요청이 있었지만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은행리스크업무실로 일원화하여 수행 중이었다.
금융사고발생 예방을 위해 계좌 명의인의 요구나 동의가 없더라도 사고발생 가능성이 있는 예금계좌의 잔액을 등기우편으로 주기적으로 통보하는 예금잔액통보제도의 탄력적 운영 건의 역시 이미 2010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사항이다. 임직원 개인의 통신기록 제출부담 완화나 PB의 여신업무 취급 등도 과거에 허용됐다.
금융위는 이번 건의사항 회신결과를 금융협회 등을 통해 모든 금융회사에 공유하고 금융위와 금감원 보도자료란에 공개하기로 했다. 금융규제민원포털에도 게재할 예정이다. 또한 매월 말까지의 건의사항 회신결과를 다음 달 초순경 발표할 계획이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