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EF약정액 51.2조원으로 급증, 주요 M&A에서 강자로 등장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PEF시장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규모부터 초기에 비해 압도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출범초기 2개에서 최근 227개로, 약정액도 0.4조원에서 51.2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출범한 지 10년만에 주요 M&A의 운명을 결정짓는 큰 손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지닌 대형 연기금들이 PEF 출자를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이후 연기금들의 프로젝트 PEF가 급증했다. 프로젝트 PEF는 말 그대로 인수대상기업을 정하고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며 결성되는 PEF다. 대부분 옵션부투자로 손실방어가 가능한 장점 때문에 위험회피성향이 강한 연기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연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프로젝트 PEF가 대기업 인수 및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큰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PEF시장은 지금보다 미래가 밝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PEF수요와 공급 모두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제도도입 초기에 조성된 PEF들이 만기도래로 대거 청산됐던 지난해를 기점으로 운용경험이 있는 운용자가 재설립하는 PEF가 크게 늘었다. 신설 PEF숫자는 지난 2003년 45개에서 지난해 71개로 급증했다. 수요도 풍부하다. 주요 투자자인 연기금의 경우 저금리추세가 장기화되는데다, 미국금리정상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겹치며 대체투자 쪽에서 그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주식이든 채권이든 최근 시장환경은 전통적 투자로 기대수익율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라며 “좀더 알파를 추구하는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 가운데 주축은 해외투자와 PEF투자다”라고 말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올해 변화는 프로젝트PEF뿐만 아니라 블라인드PEF으로 유형을 다양화했다는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블라인드 PEF도 일정부분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금회수시장 다양화, 중소형PEF로 다변화 움직임
자금회수시장도 커지고 있는 것도 호재다. 대표적 예가 K-OTC, 코넥스시장이다. 한때 삼성SDS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으로 화제를 뿌린 K-OTC(Korea Over The Counter Market, 장외시장) 시장은 일거래대금 10억원대로 장외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코넥스는 이보다 더 희망적이다. 최근 일평균 거래대금은 8억3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넘게 늘었으며, 주가도 상장일 당시 최초 평가가격보다 평균 186%나 뛰었다. 상장심사의 키를 쥔 거래소도 적극적으로 상장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은 지난 1월 ‘2015년도 사업설명회’에서 상장목표기업숫자를 지난해(코스피 7개, 코스닥 68개, 코넥스 34개)보다 50% 늘어난 코스피 20개, 코스닥 100개, 코넥스 50개’ 등 총170개로 제시했다.
이 같은 규모별로 자금회수시장이 다양화지며 우량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중소형 PEF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PEF전문가는 “자기 돈을 많이 테워야 하는 VC와 달리 PEF는 자가자금이 비중이 낮아도 평판, 경험 등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라며 “PEF시장이 진입장벽도 낮아지고 회수문턱도 넓어지면서 PEF도 다변화되며, 시장도 지금보다 레벨업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 본래의 목적인 바이아웃(Buy-out, 기업경영권인수)보다 보장성 투자 성격의 재무적 투자가 중심이라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른 관계자는 “옵션부 보장성투자의 선호로 운용자의 운용전문성이 중시되지 않는 프로젝트PEF가 꾸준히 늘고 있다”라며 “때문에 운용경험이 없는 운용자라라도 보장성투자 계약이 가능한 기업을 발굴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자금모집, 유치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도입시 기대와 달리 바이아웃투자보다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주요 투자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는 등 질적 발전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모험자본 역할 수행이 가능한 PEF 운용자가 많지 않아 바이아웃 투자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경영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 프로젝트 PEF, 블라인드 PEF = 프로젝트 PEF는 특정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사전에 정하고 설립되는 PEF를 뜻한다. 블라인드 PEF는 PEF 설립시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GP의 운용능력을 기초로 투자자를 모집한 후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PEF다. 이 가운데 프로젝트 PEF의 경우 손실방어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 PEF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