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율, 유가 등 외부변수 불안, 외인매매도 ‘오락가락’
2014년 증시도 디커플링해소의 숙원을 이뤄지 못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1850~2100p선대에서 횡보했다. 지난 2011년 8월 2일 2121.27p 이후 2100p를 넘지 못하는 이른바 박스피가 되풀이된 것이다. 박스피의 원인은 변덕스런 외국인 매매패턴이 원인이다. 우리나라 증시의 수급주체인 외국인은 지난 2012년 이후 코스피가 2000p를 웃돌 때마다 매도물량을 쏟아내며, ‘2000p돌파→차익매물→하락반전’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외인매매에 영향을 준 변수는 환율이다. 지난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및 엔고탈출에 역점을 두어 고강도 경기부양책을 추진한 탓에 엔화약세현상이 두드러졌다. 집권 이후 미국달러 대비 엔환율은 같은기간 86.72에서 116.47(2014년 12월 17일 기준)으로 30% 넘게 하락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이 거의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원달러환율도 1100원대로 껑충 뛰었다. 지난달 일본은행이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한 이후 일본 엔화가 달러대비 급격히 절하됐으며, 그 영향으로 한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훼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국제유가하락도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이라크 원유 판매가격 인하, OPEC 감산합의 불발 등으로 국제유가가 6월 이후 급락하여 WTI는 55.91달러로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 기록중이다. 북해산 브렌트유(Brent), 두바이유(Dubai)도 60달러를 이탈한 상황이다. 갑작스런 유가급락으로 에너지중심의 경제구조인 러시아는 러시아통화인 루블화가 58.3루블(달러 대비)까지 폭락하며 16년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 후강퉁 개설로 중국직접투자 증가, 파생양도세 확정으로 현물시장 위축 우려
반가운 소식도 나왔다. 중국주식투자의 경우 후강통의 개설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11월 17일 개설됐던 후강퉁은 상해A와 홍콩주식시장 사이에서 서로 교차거래(주식매매)를 허용하는 상호시장접근프로그램이다. 과거 중국본토투자는 라이선스를 가진 기관투자자에게 허용됐다. 하지만 후강퉁개설로 이 같은 진입장벽이 사실상 철폐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홍콩시장을 통해 상해 A주식을 직접 취득하고 있다. 매수규모는 지난 15일까지 약 3126억원에 달한다. 덩달아 중국 A주 ETF 5종목의 일평균거래대금 합계도 후강퉁 시행 전 158억원에서 시행 이후 278억원으로 75.9% 늘며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보다 더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문은 IPO시장이다. 특히 국내 대표기업들이 대거 기업공개에 나서며 IPO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대표적으로 삼성SDS 공모주청약에 약 15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최종경쟁률은 134.19대 1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도 공모가(19만원)의 두 배인 38만원에 형성되며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최근 증시에 입성한 제일모직에 비하면 이 정돈 약과다. 청약 당시 약 30조원이 몰리며 IPO시장의 새역사를 썼다. 청약경쟁률은 194.9대 1으로 1조원대 기업공개에서 최고경쟁률을 기록한 제일모직도 시초가가 10만6000원으로 공모가(5만3000원)의 두 배로 형성됐으며, 상장 이후 주가도 13만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신시장 개설 및 신상품 출시 등 투자수단이 다양화됐다. 금거래 양성화를 위한 금현물시장(3.24일), ETF 이후 자산관리 상품으로 새롭게 선보인 ETN시장(11.17일), 미국달러선물야간시장(12.8일)이 새롭게 개설됐으며, 변동성지수선물, 섹터지수선물이 신규 출시됐다.
한편 막바지에 대형악재가 출현하기도 했다. 국회 소득세법 개정안의 통과로 파생상품 양도세부과가 확정됐으며, 이에 따라 오는 2016년부터 파생상품 거래 양도차익에 대해 기본세율 20%에 초기에는 10%의 탄력세율을 적용된다. 최근 증시위축, 변동성축소 등으로 거래가 줄어드는 마당에 양도차익세가 부과될 경우 투자자가 이탈하며, 파생시장과 동반성장하는 현물시장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대투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2014년은 정책장세로 볼 수 있는데, 적극적 성장정책에 나선 미국은 경기회복을 견인했으며, 유로존, 일본도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섰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우만 아베노믹스의 역공으로 기업실적에서 피해를 봤고, 정책기대감도 약화돼서 코스피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