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매수수료수취금지, 투자자가 자문수수료 지급
한국판 IFA시행이 확정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금융상품자문업 허용을 포함한 ‘금융소비자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상품자문업자는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객관적, 독립적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분석하고, 고객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자문해주는 업자를 뜻한다. 영국의 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제도를 벤치마킹했다. IFA는 투자자성향, 자산현황 등을 고려해 적합한 금융투자상품 선택을 위해 자문해주는 독립투자자문업자로 선진국에서는 대중화된 판매채널로 자리잡았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 온라인펀드몰인 펀드슈퍼마켓인가를 승인할 때부터 독립판매채널인 금융상품자문업자 도입을 밝혔으며, 공청회를 거쳐 세부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금융소비자의 올바른 구매지원을 위해 이해상충 방지체계 등을 갖춘 금융상품자문업 도입이다. 기본방향은 최소화된 진입요건 설정, 독립성·영업행위 규제로 정했다. 전문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인적·물적 진입요건을 설정하되, 신규진입이 활발하도록 그 진입장벽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다.
또 금융사의 이익이 아니라 소비자입장에서 판매이익과 분리된 객관적 자문이 가능하도록 판매업과의 독립성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그 대안으로 지난 2012년말부터 금융회사로부터의 판매수수료(commission) 수취를 금지했던 영국처럼 취급상품의 독립성(Whole of Market), 경제적 이익의 독립성 등 독립성관련 규제의 마련을 검토중이다.
펀드슈퍼마켓 등 온라인 판매채널과 시너지효과도 노린다. 이미 온라인펀드몰인 펀드온라인코리의 출범으로 ‘자문에 따른 온라인 금융상품구매’라는 새로운 판매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소비자는 판매수수수료를 절감하고 저렴한 자문료로 자산관리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펀드플랫폼인 펀드온라인코리아측도 금융상품자문업이 시행될 경우 이 같은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펀드온라인코리아 관계자는 “원래 IFA와 온라인플랫폼은 자문과 판매가 분리되는 투자채널로 하나의 짝이다”라며 “자문, 판매의 협업체계가 갖춰지게 됐으며, 투자자보호는 물론 이익을 높이는 새로운 판매채널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문금융상품 라인업제한으로 파괴력 제한, 판매수수료절감은 긍정적
시행속도도 피치를 올리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펀드 등 금융상품이 대상인 금융상품자문업을 우선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시행시기는 내년 상반기중이 유력하다. 그 뒤 금소법 제정을 통해 전체 금융상품을 포괄하는 금융상품자문업을 도입하고, 금융상품자문업의 등록 및 행위규제사항 등도 금소법으로 일원화할 계획이다.
자문수수료의 경우 구체적 요율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독립자문에 따른 판매수수료절감’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기존의 판매수수료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간 판매수수료에 자문수수료까지 녹아 투자자들의 부담이 컸다”라며 “금융상품자문업은 판매수수료보다 자문수수료가 낮아야 가능한 모델로 이 같은 특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자문수수료요율에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상품수익률에 따른 성과보수는 허용되지 않는다. 금융상품자문업자는 말그대로 금융상품에 대한 자문을 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 자문업자일뿐 투자일임에 대해 기본보수나 성과보수를 받는 투자자문사와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자문 금융상품의 경우 펀드 쪽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직접투자성격을 지닌 ELS, 랩 등은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상품자문업자가 자문할 주요 금융상품은 펀드 중심의 간접투자상품”이라며 “ELS, 랩 등 직접투자의 성격과 관련있는 상품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자문업자가 간접투자상품을, 일종의 투자상담사격인 투자권유대행인은 직접투자상품으로 자문인력 별로 자문금융상품 카테고리를 이원화할 방침이다. 단 사모펀드, 헤지펀드의 경우 사모형은 제외하고 공모형 쪽은 허용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사모펀드의 경우 지난 9월 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사모펀드에 재투자하는 공모재간접펀드가 허용됨에 따라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수요흡수차원에서 이를 자문상품라인업에 올릴 것도 검토중이다.
자문대상이 펀드 쪽에 집중되면서 한국판IFA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파괴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설계할 때 펀드보다 ELS같은 중수익 중위험 금융상품을 선호하는데, 핵심금융상품이 자문대상에 제외되면서 반쪽짜리 자산관리서비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엠투자증권 김고은 연구원은 “자문대상이 전체 금융상품이 아니라 펀드만 되면 업계 전체적으로 별로 영향이 크지 않다”라며 “다양한 금융상품을 두루 커버할 수 있는 기존 판매채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판매채널을 가진 대형금융기관들은 자기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하는 지점 직원들의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라며 “금융지식이 필요한 어렵고 복잡한 금융상품들이 자문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상담능력의 차이로 상담채널이 금융상품자문인 쪽으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