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는 최근 이 같은 고객들의 인식 변화를 적극 수용해 진화된 암보험을 선보였다. 암 진행단계별 보장을 탑재한 상품 등을 작년 하반기부터 출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진행단계별 차등 보장과 재발하는 암을 지속 보장하는 기능을 동시 탑재한 상품까지 내놨다.
◇ 보장 세분화… LIG손보, “2마리 토끼 노린 상품 출시”
작년 하반기부터 암보험의 보장내용 세분화가 시작된 이래 보험업계는 올해 암의 진행단계별 보장 및 보험금 기지급 횟수와 관계없이 진단비를 지급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관련 특약을 통해 암 진행단계별 보장과 보장 횟수 제한을 없앤 ‘완성형’에 가깝다.
LIG손해보험은 지난달 ‘내마음 아는 암보험’을 출시했다. LIG손보 측은 ‘내마음 아는 암보험’에 대해 암 종류와 진행 단계에 따라 보장내용을 세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암 진행단계별 진단비 지급뿐 아니라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발하는 암에 대해서도 보장한다. 최초 원발암 보장을 시작으로 두번째, 단계(스테이지), 재진단암 보장 기능까지 탑재했다. 스테이지 보장뿐 아니라 관련 특약 가입시 보장 횟수에 제한(이전 암 진단 확정일로부터 2년 경과 필수)이 없다.
특히 마지막 암질환 진행단계라고 할 수 있는 4기 지급 보험금은 최초 계약금액의 200%를 지급한다(가입후 1년 이상). 암 종류도 세분화시켰다. 일반암의 경우 최고 7000만원을 지급하고 치료비가 많이 드는 5대 고액암과 10대 고액암에 대해 최고 40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암으로 인한 입원 시 첫날부터 입원일당을 최대 10만원까지 지급하며, 암수술비와 항암방사선 치료비도 추가시킬 수 있다.
LIG손보 측은 “동일 부위 암이라도 예후에 따라 치료비 차이가 크게 난다는 점에서 단계별 암진단비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며 “암 종류와 단계에 따른 점증적 보장을 통해 만족도를 높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완성형에 가까운 암보험 등장 배경에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보장내용 세분화가 기폭제가 됐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흥국생명, 동부화재, 현대해상, 라이나·AIA생명 등이 스테이지 암보험 및 암 진단금을 계속 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흥국생명은 작년 9월 암 진행정도에 따라 보험금을 보장하는 ‘더드림 스테이지(Stage) 암보험’을 출시해 포문을 열었다. 이 상품은 업계 최초 4기암을 보장, 출시 한 달만에 2만여건이 판매되는 등 ‘스테이지 암보험’의 등장을 알렸다. 동부화재의 ‘단계별로 더받는 암보험’, AIA생명 ‘뉴원스톱 단계별로 더 받는 암보험’ 또한 암 진행시기별로 진단급여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현대해상의 ‘계속 받는 암보험’, 라이나생명 ‘계속 받는 암보험’은 최초 원발암 진단 확정 이후 일정기간(2년)이 지날 경우 이차암 등 추가 암 발병시 보장 기능을 탑재했다. 지난달 출시한 알리안츠생명의 ‘알리안츠 계속 받는 암보험’ 역시 동일한 상품이다. 알리안츠생명 측은 지난 5일 이 상품이 출시 한 달만에 약 7000건의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알리안츠 계속 받는 암보험은 암이 조기에 발견되고 재발률도 높은 현 상황에서 고객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개발된 새로운 개념의 암보험”이라고 말했다.
◇ 암에 대한 인식변화… “상품 선택 기준도 바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암보험의 급진적인 진화는 지속적인 암환자 증가와 암생존률(암 치료 후 5년간 생존 확률)과 사망인원(10만명당 사망인원) 수의 대조적인 행보가 이유로 꼽힌다. 과거 사망확률이 높았던 암환자들이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생존확률이 높아졌고, 암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암생존률이 50.8%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오는 2015년 암생존률이 7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대로 암사망률은 2005년 112.2명에서 오는 2015년 88명까지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암환자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2011년 국내 국민 10만명당 343.6명이 암환자라고 밝혔다. 지난 1999년 291.9명 보다 51.7명이 증가했다.
이는 암 발병시 환자 및 가족이 겪는 고민의 내용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 보다 ‘치료비에 대한 걱정’으로 변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암 발병에 대한 부담 명제가 전환됨에 따라 암보험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이 변화된 것. 암보험 선택의 기준이 ‘얼마나 많이? 얼마나 계속? 얼마나 선택의 폭이 넓은가?’로 변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암보험의 보장내용이 세분화되고 암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이 달라짐에 따라 암 진행단계별 보장내용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암 진행단계 및 지속 보장에 초점을 맞춘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암보험에 대한 고객의 시선이 예민해졌다”며 “최근에 출시되는 암보험은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 니즈 부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