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채무보증규모 메리츠종금증권, NH농협증권 1, 2위
증권사의 채무보증규모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증권사의 채무보증규모는 2010년말 6.1조원에서 2013년말 15.8조원으로 약 2.5배 넘게 증가했다. 증권사별 채무보증규모(2013년 기준)를 보면 메리츠종금증권 2조9949억원, NH농협증권 2조3908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현대증권 1조1748억원 하이투자증권 1조821억원 교보증권 1조490억원으로 1조원대다. 그 뒤는 KDB대우증권 8316억원, HMC투자증권 7698억원, IBK투자증권 7303억원, 한국투자증권 7082억원, 미래에셋증권 5921억원순이다. 나머지 증권사는 5000억원 미만으로 그 규모가 크지 않다. 갑자기 증권사의 채무보증이 급증한 원인은 채무인수약정, 매입보장약정, 지급보증 등 방식으로 유동성, 신용보강 등을 통해 유동화익스포져를 적극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유동화확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규제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먼저 규제강화다.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등 장기CP발행규제가 실시된 2013년 5월 이후 증권사는 규제가 엄격한 CP보다 신고서제출없이 3개월 단위로 잘라 차환하는 구조의 ABCP 발행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그 목적이 △차환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 시장에서 매각되지 않는 경우 미매각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 매입보장약정, 즉 유동성보강에서 △상환재원부족시 유동화회사가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 인수확약, 신용보강으로 달라지며 그 책임도 무거워지고 있다.
거꾸로 규제완화도 채무보증을 늘리는데 한몫했다. NCR규제완화가 대표적이다. 기존 NCR계산시 채무보증금액은 영업용 순자본차감항목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NCR이 지난 2012년부터 거래상대방의 신용도에 따라 차등해 신용위험액을 산정하도록 변경됐다. 이에 따라 채무보증대상 거래상대방의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이면 신용위험액 위험값이 최고로 많아야 8%에 불과하다. 증권사입장에서는 NCR하락에 대한 부담없이 유동성보강, 신용공여 목적의 유동화 익스포저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채무보증이 유동성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대부분 유동화자산의 신용도가 높고, 담보대출확약 등으로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익스포져 대출의 대상은 우량대기업으로 리스크관리본부에서 위험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라며 “책임준공에 따른 담보제공이 전제조건이며, 담보인정비율도 약 50~60%로 유동성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 우량한 유동화자산, 이중삼중 안전장치, 금융시장 경색시 타격
문제는 글로벌금융위기같은 돌발변수로 유동성자산의 신용도저하, 시스템리스크발생, 신용등급하락 등에 비정상적인 시장상황에 직면하는 경우다. 유동화증권의 차환발행을 보장하는 유동성익스포저의 특성상 금융시장이 경색될 경우 유동화증권의 매각이 어려워져 증권사가 유동성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 조병준 연구위원은 “개별딜, 개별증권사 차원에서 리스크통제수준은 양호하다”라며 “단 증권사 신용보강으로 증가한 유동성위험은 금리환경변화, 시장의 수급여건 등 개별증권사가 통제할 수 없는 마켓변수에 의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쪽에서는 돈줄을 조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돈줄을 푸는 규제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평가 김경무 전문위원은 “콜차입규제 등 증권사의 유동성규제강화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NCR규제완화로 증권사의 유동성위험이 확대됐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수익성 회복을 위해 규제완화에 나서는 것은 바람하지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적 보안이 병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 유동화 익스포져 = 유동화익스포져(Securitization Exposure)는 유동화로 인해 금융기관이 보유하는 신용리스크를 뜻한다. 신용보강 및 유동성지원약정 등이 대표적이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