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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삼성전자급 금융사 나오려면 ‘주인찾기’ 시급”

김효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4-10-15 22:41

KB금융 사태 원인, 국내 은행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
사외이사 무기력…옥상옥 금융위-금감원 통합 주장도

[기획] “삼성전자급 금융사 나오려면 ‘주인찾기’ 시급”
“KB금융 사태는 결국 주인이 없어 생긴 것이다. 우리 금융이 안고 있는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

“정부가 국민연금이나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최대주주로 은행들을 장악하고 있고 그 다음이 외국 사모펀드들이다. 민간소유 구조의 은행은 없는 셈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두고 벌어진 KB금융 사태가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사퇴로 일단락되고 이사회가 새 KB금융 회장 선출에 돌입하며 새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기업의 내부갈등이 아닌 국내 금융계 전반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금융의 발전방향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1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주최한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세미나에서는 전문가들의 따끔한 질책과 진심어린 조언들이 이어졌다.

◇ 은행주식 동일인 소유한도 올려야

이날 발표에 나선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국내 금융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주인 없는 은행”이라며 “은행의 주인 찾기가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주식보유가 엄격히 제한되면서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후 대부분의 민간은행들은 금융지주사에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 및 정부기관이 대주주로 등장했고 우리나라 은행의 소유구조는 전형적인 관치금융의 형태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17개 은행 소유구조를 살펴보면 민간이 주인인 곳이 없다. 국민연금이나 예금보험공사 등 사실상 정부가 최대주주고 외국의 사모펀드들이 뒤를 잇고 있다. 전 교수는 은행의 주인을 찾기 위해 10%(대기업 4%)로 제한하고 있는 은행법상 동일인소유한도의 상향조정을 제시했다. 현행 요건으로는 실질적인 은행의 대주주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보나 정부가 소유하는 경우에는 제한이 없다. 민간도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 소유한도를 초과해서 주식을 취득할 수 있긴 하지만 정기적으로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은행주식을 초과 소유하려는 자가 없는 실정이다.

“민간은행의 동일인 주식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부가 은행을 소유하겠다는 의지를 법제도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는 비판을 전 교수가 제기하는 이유다.

그는 구체적으로 “은행법상 동일인 주식소유 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대기업 구분 없이 10%로 상향하고 금융전문성을 확보한 금융그룹에 대해서는 20%까지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금융그룹에 속한 금융지주회사를 둔 은행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동일인 소유한도를 34%까지 허용해 주주총회 보통결의사항에 대해 동일인이 최소한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KB사태 5개월간 사외이사들 어디 있었나”

양준모 연세대 교수도 발표를 통해 KB금융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주인 없는 금융지주사 체제에서 지주 회장과 행장 선임에 관한 일관된 지배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라 지적하는 한편 이사회의 기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주주의 권리가 이사회를 통해 구현돼야 하는데 현재 이사회의 구성이 과연 주주의 권리를 구현하는 수단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이사회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에서 리스크관리 책임을 지는 이사회의 리스크관리위원장이나 감사위원장 등이 사외이사로서 상시적인 세부관리가 가능한지 의문이며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통제하는 채널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기본적인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지주사의 이사회가 ‘사후약방문’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이사회를 전임자로 구성하라”며 “또한 투명한 이사회를 위해 사외이사와 함께 소액주주들을 대표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금융기관에 주인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금융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소유제한을 과감히 완화하라”고 주문했다. “지나친 사인(私人)의 재산권행사와 사적자치권 제한은 위헌적”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한편 그는 KB금융의 사외이사들에 대해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내분의 명백한 당사자임에도 KB금융이 만신창이가 된 5개월간 사라졌다 금융위원장 요청으로 회장 해임의결 할 때 나타났다”며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뽑고 이들 9명이 회장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뽑는 등 자기권력화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원도 금융사로부터 보수를 받는 사외이사들의 한계를 인정하며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이용해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과 같이 성과가 부진하면 물러나게 하는 등 은행 주인 교체가 활발히 일어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부가 아닌 시장에서의 위협을 통해 자발적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양원근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대주주가 없는 은행의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결국 현실적으로 재벌기업이 대주주가 될 것”이라며 사금고화 등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또한 KB금융경영연구소장과 KB금융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내부인사로서 지켜봤던 지배구조상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꼽았다. 회장과 행장의 갈등을 예상하고 회장 한 명과 부회장 셋을 두고 부회장 중 한 명이 은행을 운영하기로 했으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 모든 결재권한이 회장에게 있음에도 법적 책임은 행장이 지게 되면서 갈등이 불거지거나, 경영자를 견제해야할 이사회가 실제로는 경영자와 유착한다는 것이다. “경영자가 얼마든지 사외이사를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양 위원의 생각이다.

승계체계 시스템의 부재도 문제다. 그는 “CEO 임명 초기엔 누구나 승계구조를 짜겠다고 말하지만 한 두 달만 지나면 조용해진다”며 “본인의 연임을 위해 승계가 어려운 구도를 만든다”고 비판했다.

◇ “금융위-금감원 통합 필요”

전문가들은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당국의 규제완화를 소유와 지배구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꼽았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내부통제 강화차원에서 준법감시인의 역할을 강화하고 제 기능을 못하는 사외이사의 요건을 엄격히 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가 각종 정책집행을 금융을 동원해서 하려 한다”며 “정책집행 이행실적을 주기적으로 파악해 제출하도록 하고 경영실태 평가등급에도 반영하는데 이는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을 고려해서라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공정한 감독 및 검사제재를 위해 금감원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현재의 기형적 조직형태를 띄고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회장도 감독당국의 구조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금감원을 은행과 제2금융권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건전성감독원과 증권, 보험,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거래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나누자”며 “관치금융의 우려가 큰 금융위는 해체해 각 기능을 분산 이관하자”고 주장했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 법체계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며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규제하기보단 금융사에 최대한 자율권을 주고 법을 어겼을 경우엔 엄격하게 처벌하자고 제안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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