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CR폐지 등 규제완화내용 파격, 약발은 ‘글쎄’
“이미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인데, NCR을 유지하든지 폐지하든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요.”(A운용사 상품운용본부장)
“연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시 NCR관련 패널티가 없어져 트렉레코드로 공정한 경쟁이 기대되는 등 업계전반에 긍정적입니다.”(B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
자산운용건전성규제방안을 놓고 평이 엇갈리고 있다. 대대적인 규제완화에 대해 크게 환영하지만 덩치가 큰 대형사를 제외한 나머지 운용사들은 규제완화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다.
금융위는 지난 25일 내놓은 ‘자산운용사 건전성 규제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7월 금융규제개혁안에 포함된 방안을 디테일하게 만든 일종의 액션플랜으로 시행령, 감독규정 등 세칙개정을 거쳐 오는 2015년 4월부터 실시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NCR규제폐지다. NCR(영업용순자본비율)은 신용ㆍ시장위험에 따른 시장충격을 대비하여 유동자산의 보유를 요구하는 제도다. 운용사의 경우 고객자산과 관련된 운용위험이 대부분으로 고유재산의 시장ㆍ신용위험에 대비한 NCR 규제와 적합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NCR을 폐지하는 대신 최소영업자본액제도가 도입된다. 최소영업자본액은 법정최저자기자본, 고객자산운용필요자본, 고유자산운용필요자본의 합계다. 주목할 대목은 고객자산이나 고유자산운용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해 일정부분 필요자본적립을 의무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규위반 등에 따른 손해배상재원으로 활용되는 고객자산운용필요자본을 고객자산(펀드, 투자일임 수탁고)에 비례해 일정비율(0.02%~0.03%)로 적립해야 한다. 단 적정수준의 책임배상보험을 가입한 운용사는 고객자산운용필요자본 적립의무를 일정수준으로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고유자산도 마찬가지. 고유재산 부실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고유자산부문 쪽의 증권ㆍ파생상품 등 투자금액 대비 일정비율(5%~10%)을 고유자산운용필요자본으로 적립해야 한다. 고객자산, 고유자산 모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 경영실태평가 운용사 제외 검토, 약 100억원 비용절감 효과 기대
회사자체의 건전성 평가가 근간인 현재의 경영실태평가는 NCR폐지에 따라 운용사에 대해서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 경영실태 현재평가항목 가운데 투자자보호와 준법감시기능이 중심인 내부통제적정성은 여전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운용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현황을 평가하는 ‘자산운용사운영 위험평가’를 신설하되, 이 평가결과는 감독상의 참고지표로만 활용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인건비, 회계법인감리같은 NCR점검비용 등 불필요한 부담이 완화됨에 따라 업계 전체적으로 매년 약 100억원 비용절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대형사, 중소형 운용사 전방위로 수혜가 기대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 이현철 자본시장국장은 “수탁고 10조 이상의 대형사의 경우에는 여유자본을 자기운용펀드에 대한 시딩(seeding)투자, 해외진출 등에 활용하는 등 적극적 영업을 통해 해외진출이 좀더 원활해 질 것”이라며 “중소형사도 당장 규제준수 부담이 크게 완화되고, 판매관리비와 같은 지출이 감소되어서 수익성이 증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장 덩치가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빼곤 나머지는 규제완화효과가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기자본은 1조830억원으로 2위 삼성자산운용 2133원 3위 KB자산운용 1782억원에 비해 압도적인 1위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고유자산에 투자하려면 안정성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하는데, 상당한 여유자금이 필요하지 않느냐”라며 “사실상 NCR규제로 인해 고유자산투자를 못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리스키한 자산운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을 늘리는 획기적인 증자없이 리스크를 떠안는 고유자산투자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의와 상관없이 최대 수혜사로 떠오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칫 특혜논란으로 확산될지 조심하는 눈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만 특별히 수혜를 입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업계 전체에 긍정적이지 않느냐”라며 “다만 해외 쪽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만큼 기존에 하고 있는 대체투자, 해외부동산, 해외ETF, 인프라 등 여러가지 해외사업이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NCR폐지에 따른 비용절감효과도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NCR은 지난 97년에 도입한 제도로 이미 익숙한 업무로 정착됐다”라며 “NCR폐지로 업무부담이 줄어들 수 있으나 업계 전체적으로 어떻게 100억원의 비용이 절감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 NCR = 영업용순자본비율(NCR)규제는 금융투자회사의 부실을 사전에 예방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단기간 내 동원할 수 있는 영업용순자본을 손실발생 가능금액에 해당하는 총위험액보다 상회하도록 하여 시장충격에 대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NCR은 적기시정조치, 인가ㆍ합병 승인, 외국환 업무 허용 기준 등 금융투자업자 업무 전반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