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대규모 희망퇴직을 둘러싼 철야농성으로 표출된 한화생명의 노사갈등이 7월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약) 과정에서 격화됐다. 임단협 타결이 늦어지면서 지난달 말에는 사측이 단협(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는 강수를 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임단협 과정에서 내민 협상카드로 유예기간 6개월 내에 교섭을 재개해 타결하면 별 문제가 없다”며 “다음 주 선거이후로 차기 노조집행부가 꾸려지면 다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협해지는 노조집행부와의 기존 협약을 해지하겠다는 의미로 직장폐쇄 다음가는 강력한 조치다. 사측과 집행부 모두에 큰 부담이 되는 일이라 일종의 최후통첩이다. 시기도 미묘해 8월에 있을 새 집행부 선거와 맞물렸다. 노조 선거철에는 단협해지가 또 다른 압박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보험사 한 인사전문가는 “사측이 단협해지를 하는 경우는 보통 노조집행부의 기반을 흔들려는 게 목적”이라며 “선거시즌과 맞물리면 현 집행부와 차기 집행부를 모두 압박하는 카드인 동시에 기존 집행부의 재선을 막을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꼭 사측의 의도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조의 결집력에 불을 댕겨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결국은 집행부가 노조원들에게 얼마나 신임 받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한화생명 노사관계에는 단협해지 말고도 변수가 많다. 이미 안팎에서는 이달 초 이뤄진 경제연구원 해체를 기점으로 2차 인력조정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경제연구원 해체 역시 노조 선거철을 맞아 어수선할 때를 노린 구조조정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이 와중에 옛 대한생명 인수의 주역이던 김연배 부회장이 컴백하면서 판세가 묘하게 흘렀다. 김 부회장은 2001년에 구조조정본부 사장으로 대한생명 M&A를 전담했던 인물이다. 그의 복귀로 한화생명의 경영기조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관건이다.
한화생명의 임단협 타결여부는 오는 25일 새 집행부 선거이후에나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집행부와의 교섭이 원만하게 이뤄지면 갈등은 어느 정도 봉합되겠지만 차질이 생겨 유예기간을 넘기면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노사 모두 치킨게임인 셈이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