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올해 입법계획으로 마련한 상해보험 규정 및 보험계약자 알릴의무 개선안을 미루고 해상보험법 정비로 방향을 틀었다. 둘 다 1991년 이후 23년간 손대지 못한 노후규정이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로 해상보험에 우선권이 주어졌다.
법무부 상사법무과 관계자는 “상해보험의 알릴의무도 중요하지만 해상보험을 먼저 손봐야한다고 판단돼 입법계획을 변경했다”며 “세월호 사고도 있는 만큼 일정은 원래 스케줄에 최대한 맞춰 올해 말에 국회 제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릴의무는 상해보험 피보험자의 직업이나 직무가 변경되면 반드시 보험사에 알려야 할 의무다. 위험한 직업 및 직무로 변경될 경우, 사고발생 위험도 증가해 보험료와 가입심사 여부를 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계약 전 알릴의무(고지의무)는 물론 계약 후 알릴의무(통지의무)도 해당된다.
알릴의무를 소홀히 하면 보험금을 삭감당하거나 지급거절이 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중학생 아들이 체육특기생이 된 사실을 알리지 않아 보험금이 삭감된 사례가 있으며 보험사가 이에 대해 별도의 설명의무가 없다고 본 판례도 있다. 아울러 주요내용을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리는 것도 금물이다. 이것만으로는 알릴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어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주요사례를 모아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안내하고 4월부터 고객에게 매년 통지하는 ‘보험계약관리 안내서’에 사례를 기재해 소비자의 이해력을 높이도록 했지만 상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법의 알릴의무는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법조항이라 현재 소비자 보호기조에 부적합하다”며 “상법은 금융당국이 아닌 법무부의 소관이라 그쪽에서 개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런 의견들을 수용해 2014년 입법계획으로 보고했다. 원안대로라면 하반기 입법예고 과정을 거쳐 올해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상해보험에서 해상보험으로 상법개정 대상을 바꾼 이유가 세월호 참사의 여파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최근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참사로 해상보험의 일종인 선박보험, 적하보험 등이 관심을 받는 등 해양사고 보상에 관한 제도정비 기조가 상법개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