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지난해는 부실채권비율이 우량한 가운데 충당금을 대폭 쌓으면서 혹시 엄습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함으로써 장기적 브랜드가치 도약에 힘을 비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해외점포는 5개가 폐쇄되고 15개가 신설, 총 10개의 점포가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중국(18), 베트남(17), 일본(10), 인도(9) 등 아시아지역이 104개로 가장 큰 비중(68.4%)을 차지하며 미국(15), 캐나다(2), 멕시코(2) 등 북미지역과 영국(7)을 비롯한 유럽지역은 각각 19개였다.
국내은행들이 꾸준히 해외시장을 공략한 결과 점포 수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말 128개였던 해외점포는 2011년 말 132개, 2012년 말 142개, 2013년 152개로 늘었다.
◇ 질적인 성장으로 현지화 진전
해외점포들의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몇 년 째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총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778억4000달러로 전년 말 대비 88억2000달러(12.8%) 증가했다. 특히 대출금은 347억달러, 현금·예치금은 139억2000달러로 전년대비 각각 53억5000달러(18.2%), 18억6000달러(15.4%)가 순증한 것은 해외점포들의 현지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청신호다.
국가별 자산규모는 엔화 약세 등의 영향이 있었던 일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자산규모가 늘었다. 2013년 말 일본에 진출한 점포들의 총자산은 103억8000달러로 전년대비 13억5000달러 줄었다. 지난해 중국 점포들의 자산규모는 201억2000달러, 홍콩은 104억7000달러, 미국은 97억2000달러를 기록했다.
◇ 미래 겨냥 투자, 수익성 부진 괜찮아
2013년 한 해 국내은행 해외점포들의 당기순이익은 4억5000달러로 지난해 말 6억4000달러에 비해 28.8%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은행 총 당기순이익의 12.3% 수준이다. 순익의 감소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NIM 축소 등으로 이자이익이 12억3000달러에서 12억1000달러로 줄었으며 부실여신 확대로 충당금비용도 2억달러에서 4억3000달러로 늘어난 탓으로 해석된다.
총자산수익률(ROA)는 0.64% 수준으로 2012년(0.96%) 보다 0.32%p 하락했으나 국내은행 전체 ROA(0.21%) 보다는 3배가량 높다. 지역별 순익으로는 미국이 2012년 9720만달러에서 2013년 1억3630만달러로 증가한 것 외에는 모두 감소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으로 330만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 미국의 경우, 실물경기 및 주택가격이 회복된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비용처리한 이연법인세 자산을 재인식해 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 본점보다 뛰어난 자산 건전성
해외점포들의 수익성이 주춤했으나 자산건전성 측면에서는 본점보다 나은 수준을 자랑하며 수익성 부진의 조기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2013년 말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고정이하여신은 4억2600만달러로 전년 말 3억1400만달러에 비해 증가하며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로 전년대비 0.1%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충당금전입액이 4억3400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반면 금감원의 지난 2월 발표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012년 말보다 0.44%포인트 상승한 1.77%다. 부실채권 규모는 25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7조원 증가했다. 충당금전입액은 10조4000억원 정도다.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부실채권비율이 늘어난 것은 일본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중국에서 STX계열 여신(5300만달러) 및 베트남·싱가폴에서의 쌍용건설 여신(4600만달러) 부실화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편 금감원은 해외점포 상시감시 및 현장검사 기능을 강화할 전망이다. 국내은행의 해외영업 확대가 신수익원 발굴을 위해 불가피 하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각 은행 자체적으로 해외점포 가운데 취약점포를 중심으로 경영현황 및 리스크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하도록 하고 점검결과 나타난 취약점 개선을 지도할 계획이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