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증세정책 기조 속 세제혜택부여 펀드로 주목, 금융투자업계 소장펀드성공위해 총력
기대가 너무 컸을까? 애초부터 시장이 좁았을까? 소득공제 장기펀드에 대한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출시 전부터 대표절세상품으로 펀드붐을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가 만발했다. 박근혜 정부가 그간 유지했던 감세정책을 증세정책 기조로 전환해 소득공제가 축소 또는 폐지됨에 따라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정부가 거의 유일하게 세제혜택을 부여한 대표절세상품으로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이 국회통과를 하자 일사천리로 관련법규를 정비하고 소장펀드를 설계한 금융위원회는 도입 당시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일일히 설득하며, 처음보다 세제혜택의 비율을 늘리는 등 눈물겨운 과정을 거쳐 거둔 성과”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정부정책과 발맞춰야 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 소장펀드를 도입하기 위해 정부의 증세라는 기조에 맞서 관계자를 설득하고,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등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지원에 힘입어 금융투자업계도 소득공제장기펀드 런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출시 첫날(17일)인 30개 자산운용사가 44개의 소득공제 장기펀드를 공동출시했다. 아울러 소득공제장기펀드의 성공을 위해 총력전을 준비중이다. 유효대상자의 가입최대화를 위한 타겟마케팅실시뿐만 아니라 광고매체를 활용한 공동홍보도 앞두고 있다. 오랜만에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가 소득공제 장기펀드성공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친 셈이다.
◇ 가입자격 제한 등으로 예고된 흥행부진, 재형저축 가입자와 타깃 중복
아쉬운 점은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18일 이틀새 전날 모두 24개 판매사에서 개설된 소장펀드 계좌수는 2만8432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입금액은 약 30억7300만원이다. 애초 금투협이 소장펀드유입금액이 매년 3조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신상품 출시효과를 감안하면 초기 성적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다.
소득장기펀드의 흥행부진은 가입자격제한으로 어느 정도 예고됐다. 현행 가입자격은 연간 총 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다. 납입한도는 연간 600만원 범위내로 못박았다. 지난해 3월 도입된 재형저축이 급여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뿐만 아니라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까지 아우르는 것을 감안하면 가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재형저축과 가입자가 중복되는 것도 부담이다. 이 두 상품 모두 주요 가입대상은 연간총급여액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다. 금융권 전체 재형저축계좌(펀드형포함)는 지난 1월말 현재 175만2297좌. 현재 총급여 3000만~5000만원의 근로자가 28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부분 재형저축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근로소득 연5000만원 이하로 가입자가 겹쳤다”라며 “이들 대상자들은 필요경비를 제외하면 실제 투자할 여력이 있는 가처분소득은 크지 않아 중복가입하더라도 납입한도까지 가입금액을 늘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에 대한 학습효과도 걸림돌이다. 지난 2007년 당시 펀드붐에서 참여한 투자자들이 무더기로 손해를 입은 상황에서 5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증권사 판매사 직원은 “상담을 해봐도 주위 사람들이 3년 적립식펀드에 손해를 입은 경험 탓에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소장펀드에 선뜻 가입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라며 “이 같은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5년~10년 장기투자를 해야 성과가 나고, 절세혜택도 있다고 설득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구조적 한계때문에 일부 중소형운용사의 경우 출시를 보류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A운용사 관계자는 “외부엔 출시를 검토중이라고 입장을 밝혔으나 내부적으로 사실상 중단했다”라며 “판매망이 강한 계열사가 없고 은행판매채널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내놓아 봐야 설정액이 1~2억원 수준인 소규모 펀드로 전락할 수 있고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관계자는 “지금 가입구조가 실제 투자여력이 크지 않은 20~30대를 겨냥하고 있다”며 “투자여력있는 투자자들이 들어와야 펀드규모가 커지는데, 애초부터 양극화 해소차원에서 도입한 정책이기 때문에 가입제한이 완화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격제한이 풀리지 않는 한 펀드시장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