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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VAN시장 개선안’ 성장통 혹은 밥그릇 싸움

원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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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10-30 21:20 최종수정 : 2014-11-10 00:38

리베이트 쌍벌제, 감독체계, 밴 대리점 등은 논의 안 돼
KDI, 가맹점-밴 직접협상으로 리베이트 근절
밴협회, 현실여건 고려치 않은 탁상공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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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VAN시장 개선안’ 성장통 혹은 밥그릇 싸움
카드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신용카드 밴(VAN, Value Added Network)시장 구조개선 방안이 지난 25일 확정 발표됐다. 밴과 가맹점 간의 수수료 직접협상 등 주요 내용은 지난 7월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것과 별다르지 않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연구결과로 제시한 밴 수수료 개편의 기본 방향은 가맹점 카드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리베이트를 근절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들은 대체로 수긍하는 입장이지만 밴 업계의 반응은 극렬하다. 밴 사업자는 물론 영세 밴 대리점들의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날선 대립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밴과 가맹점 간의 직접 협상이 리베이트 근절에 효과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시행되지 않는 이상 리베이트는 계손 상존한다는 것이다.

◇ 리베이트 없애 수수료 낮춰야

지난 10월 25일 여신금융협회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최종 발표된 밴 수수료 합리화 방안은 2012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체계 개편 이후,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를 위해 논의된 것이다. 연구용역을 맡은 KDI가 제시한 방안은 밴과 가맹점의 직접 협상을 통한 밴 시장의 리베이트 근절이다. 강동수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현재 밴 수수료는 밴사와 카드사가 결정하고 정작 돈을 내는 주체인 가맹점이 배제된 상황”이라며 “밴사가 가맹점 유치를 위해 리베이트 경쟁에 의존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리베이트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지만 순기능도 갖고 있다. 밴 수수료가 밴사와 카드사 간의 협상에서 결정되는 거래구조에서는 가맹점 유치를 위한 밴사 간의 가격경쟁 수단이 부재했다. 이럴 때 리베이트는 실질적인 가격경쟁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실질가격과 비용을 일치시킴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대형가맹점 유치의 경우, 밴사가 대형가맹점에게 적정수준 이상으로 높은 리베이트를 제공할 유인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소형가맹점은 부당하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고 그 중 일부분은 대형가맹점으로 귀속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강 부장은 “밴과 가맹점이 수수료를 직접 협상하면 리베이트의 필요성이 사라져 거래비용 절감과 밴사 간의 경쟁촉진, 기술혁신 촉진 등에 따라 밴 수수료가 낮아질 것”이라며 “리베이트 외에 다른 가격경쟁 수단을 가질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기본 취지”라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현재 밴 수수료는 건당 평균 113원으로 추정되며 리베이트가 없어지면 83원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밴 수수료 중 약 30원에 해당하는 가맹점 지급수수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리점 지급수수료(약 39원)의 일부가 리베이트로 지급되는 것을 고려하면 밴 수수료 인하폭은 3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리베이트가 사라지면 대부분의 영세가맹점 수수료 합계 또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문제는 평균결제금액이 약 5500원 이하인 가맹점의 수수료 합계는 상승할 가능성이다. 이런 가맹점은 전체 영세가맹점의 약 0.6% 정도인 1만1000개로 추산된다. 또 소액다건 가맹점의 수수료 합계는 하락하겠지만 평균결제금액이 약 3100원 이하인 일부 가맹점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이들 가맹점은 전체 소액다건 가맹점 중 0.3% 정도인 184개다.

강동수 부장은 이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안은 개편안을 적용하되 수수료 합계가 상승하는 가맹점에 한해 밴 수수료 상한을 설정하는 것이다. 2안은 일반가맹점에만 개편안을 적용하고 영세가맹점과 소액다건 가맹점에는 기존처럼 1.5%, 2.7%의 가맹점 수수료율 적용하는 방안이다.

1안을 따를 경우, 밴 수수료 상한이 적용되는 ‘나눔밴서비스(공공밴)’로부터 밴사 손실이 발생하므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나눔밴서비스 의무사업자를 지정하되 모든 밴사가 참여 가능하며 참여 밴사의 손실을 보조금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이들 가맹점의 분포와 거래형태를 고려할 때 수익감소 규모는 각각 10억원 이내로 추정된다.

2안을 따를 경우, 영세가맹점과 소액다건 가맹점 전체에 개편안을 면제하는 방안과 원하는 가맹점만 면제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 현실여건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밴 업계는 수수료 개편논의에 자신들이 철저히 배제됐음을 강조하며 KDI의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밴사는 카드사가 해야 할 가맹점 모집·관리, 카드승인, 매출전표 수거·보관 등의 업무를 카드사로부터 위탁받아 하는 것으로 업무 위탁자인 카드사가 아닌 가맹점에 받으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밴협회의 주장은 이렇다. KDI의 개편안은 밴사가 240만개 가맹점과 개별적으로 수수료 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240만개의 각기 다른 정산 명세서를 작성하라는 것인데 이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또 한 가맹점이 2~3개의 밴사를 사용함에 따르는 정산의 문제가 있는데 가맹점 입장에서 밴사를 바꾸려면 9개의 카드사에 동시적으로 고지하고 시스템에 적용시켜야 하는 문제 등이 있다. 실제 중소가맹점이 현장에서 겪게 될 불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편안이 대형가맹점에만 유리하고 중소 영세가맹점에 수수료 인하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국장은 “시장자율에 맡기면 리베이트 규모만큼 밴 수수료가 인하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추정하고 있으나 현재 제공되고 있는 리베이트는 현금뿐 아니라 현물도 포함돼 있어 전체를 줄일 수 있다는 가정은 현실을 지나치게 간과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밴사가 가맹점과 직접 수수료를 협상해 정할 경우는 협상력이 큰 대형가맹점만 유리하고 중소가맹점은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며 “가맹점과의 직접 계약에 따라 파생될 부가적인 업무비용도 결국 중소가맹점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칭 ‘나눔밴서비스’라 불리는 공공밴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공공밴은 원가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밴 사업자를 선정해 손실을 카드사가 보전해 준다는 것으로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것. KDI는 공공밴 적자규모를 연간 10억원 규모라고 주장하나 밴 업계는 최소 연간 1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으며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위해선 오히려 ‘공공카드사(가칭)’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공카드사는 지불결제에 필수적인 비용만 지출해 낮은 가맹점수수료로 사업을 영위하는 카드사를 말하며 이를 통해 가맹점수수료에 끼어있는 거품(마케팅비용 등)을 걷어낸다면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원 국장은 “KDI 방안을 강행한다면 여신금융협회 등이 수수료 상한을 정하는 식으로 나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밴과 가맹점 간 계약에 의해 확정된 수수료를 카드사가 대신 수취해 밴사로 준다는 체계도 상식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밴사가 카드사를 대행하는 모든 업무에 대해서도 카드사에 별도로 비용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첨예한 대립, 결론 안 나는 싸움

그동안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카드사와 영세가맹점 간의 대립구도였다면 이제는 중간에서 수수료의 일부를 받아왔던 밴 사업자가 끼게 됐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수년 간 하향세를 타면서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 축소와 중간 비용절감을 꺼내들게 됐고 결국 밴 사업자와 영세 밴 대리점도 분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밴 수수료 문제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소액다건 결제의 증가로 수수료에서 밴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불거졌다. 카드 결제시 밴 사업자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결제액수와 관계없이 정액이기 때문에 소액결제가 늘어날수록 카드사와 가맹점은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압력이 거세지자 밴 수수료에 불똥이 튄 셈이다.

밴 산업은 단말기와 전산 인프라 등을 갖춰야 하는 장치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어 초기투자를 거치고 나면 유지보수 외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 업종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나이스정보통신, KS넷, 스마트로, KIS정보통신 등 대형 밴사 4개사가 2001년부터 10년간 벌어들인 누적 당기순이익은 8780억원으로 이 가운데 7500억원이 주주배당에 쓰였다.

카드업계는 이를 두고 밴사가 자가발전을 위한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이 무서명 거래 및 전자서명서비스 가맹점을 확대하거나 전표수거 업무를 직접 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극력 반발한 것은 밴사와 계약한 밴 대리점들이다. 밴 대리점은 직원 수가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 되는 총판급 대리점도 있지만 2~3명 규모의 영세사업자가 대다수다. 카드사-밴사-밴 대리점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카드사가 전표수거 업무를 직접 맡는다면 밴 대리점은 매출의 30~40% 정도를 잃기 때문이다.

밴과 카드사와 갈등에 대해서 감독체계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데 밴사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보조업자로 분류돼 방송통신위원회의 소관이라 금융당국이 직접 감독할 수 없는 업종이다. 카드수수료 개편을 밀어붙였던 금융위원회가 정작 이 문제에 대해서 뒷짐 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서도 밴과 가맹점 간의 직접협상이 효과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리베이트를 주는 밴사와 받는 대형가맹점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시행되지 않는 이상 리베이트는 계손 상존한다는 것이다.

▲10월 25일 여신금융협회가 개최한 ‘밴시장 구조개선 방안’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강동수 KDI 박사.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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