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기 규제 근거 및 검사 강화, 대출고객의 관계인에 대한 꺾기 규제, 은행·임원 제재 강화 등 금융위가 제시한 방안들 가운데 꺾기 관행 근절을 막기 위한 획기적인 지원책이라고 무릎을 절로 칠만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놓은 방안들 마저 일부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특히 외국계·지방은행 등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 주요 은행 대부분이 갖추고 있는 시스템을 꺾기 관행 근절 방안 중 하나라고 소개하면서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결국 금융위가 내놓은 은행 꺾기 관행 근절 방안은 생색내기용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 객관적 요건(1%룰) 시행령으로 상향 규정 제재근거 강화
13일 금융위는 꺾기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보험·펀드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은행 꺾기 관행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가입기간이 장기인 보험·펀드 등에 대한 사례와 대출을 이용하는 중소기업 외에 중소기업의 대표자·임직원 및 그 가족 등 관계인에게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피해 사례들이 속출하자 불합리한 금융회사 영업 관행 개선 및 중소기업 금융부담 경감차원에서 근절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근절방안은 △꺾기 규제근거 강화 △꺾기 검사 강화 △보험·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 △대출고객의 관계인에 대한 꺾기 규제 △은행·임원 제재 강화 △과태료 건별 산정·합산부과를 통해 금전제재 강화 △은행의 성과평가지표(KPI) 조정 권고 △중소기업 대출관련 불공정행위 신고반 활성화 등이다.
가장 먼저, 지금까지는 꺾기의 주관적 요건(대출고객의 의사에 반하여)은 법·시행령에, 객관적 요건(1%룰)은 시행세칙에 규정 되어있었다면 앞으로는 객관적 요건을 시행령으로 상향 규정해 제재근거를 강화하고, 주관적 요건은 일반규정으로 하되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과 저신용자에 대하여는 1%룰을 통해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또한 대출 전후 1개월 이내에 월수입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예금 등의 계약은 원칙적으로 체결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꺾기에 대한 테마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꺾기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험·펀드는 대출실행일 전후 1월 이내 중소기업 또는 저신용자에게 판매하는 경우 월 단위 환산금액의 대출금액 대비 비율이 1% 미만이더라도 꺾기로 간주하기로 한 것과 대출고객의 관계인에게 그 의사에 반하여 금융상품의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으로 제재 엄포
다만, 대출고객의 관계인에 대해서는 관계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더라도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꺾기에 해당한다고 간주하는 1%룰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향후 꺾기 발생 시 영업행위 감독 미흡 등 내부통제 책임이 있는 경우 은행·임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기로 했고, 꺾기 1건당 적용되는 과태료 기준금액을 정하고 각 건별로 산정된 과태료를 합산해 부과키로 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금융상품 판매 시 성과평가지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권고하겠다는 것과 함께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 신고자에 대한 사후 부당대우 여부 모니터링(1년 이상) 실시 등 신고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근절방안이 발표되자마자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꺾기 엄단 법규 잡기에 고객불편 부작용 우려도
대출고객의 관계인에 대한 꺾기를 막기 위한 대응 방안은 대출고객의 관계인에 대한 정보 수집이 어려워 대출고객의 관계자인지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차주의 의사에 따라 꺾기로 간주되기 때문에 100% 신종꺾기를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를 악용하는 고객들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또 고객의 필요에 의해 예·적금, 보험, 펀드에 가입하려 해도 대출실행일 전후 1월 이내면 꺾기로 간주되기 때문에 고객들의 불편으로 인한 민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꺾기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이미 주요 은행들(외국계 은행, 지방은행 제외)이 다 갖춰 논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꺾기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꺾기 관행 근절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는 점이 아니러니 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대응방안을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