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시행에 앞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업계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또한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분급 확대가 예정대로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여 제도시행을 앞두고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업계-학계-당국 첨예한 의견대립
지난 11일 토론에 앞서 진행된 ‘연금저축 활성화 방안’ 주제발표에서 금융연구원 이석호 연구위원은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가입률과 수익률, 유지율이 모두 제고되어야 하며, 고령층 및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소비자 편의성을 고려해 상품 다양화, 세제유인 개선, 연금포털 등 인프라 강화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수료체계 개선에 있어 소비자보호와 보험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판매수수료를 분급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해약환급률 및 설계사 정착률, 계약유지율이 제고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안정적 경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보험업계는 전면부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보험대리점협회 남태민 본부장은 “이미 지난해 개선된 분급비율(7대 3)을 따르고 있는데, 그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와 피해분석은 하지 않은 채, 이를 다시 5대 5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논리적인 이해와 근거도 없이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계사 중 1년 미만 근무자가 35%에 달하는데, 7년 동안 수수료를 분급해서 받으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연금저축을 활성화하려면 이를 실질적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이 장기간 근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고 정책이 함께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도개선은 설계사들의 소득감소를 부추겨 오히려 대거 탈락을 유도, 개인연금 활성화가 아닌 시장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며, “설계사들의 실질적인 소득감소를 너무 간과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교보생명 박서용 팀장은 “보험은 연금을 종신토록 지급하기 때문에 은행과 증권과 같이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특히 초기 해약금이 높은 상품일수록 해약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판매수수료 분급이 계약유지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해가 없는 상품일수록 위급시 해지가 쉽기 때문에 장기간 보험유지를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초기 해약금을 낮추고 장기간 유지시 해약금을 많이 주는 형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계사의 평균급여를 250~270만원으로 보는데, 분급시 70만원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설계사들은 30~40%수준의 보증수수료를 따로 떼기 때문에 실수익은 100만원 내외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며, “최대 9만명 정도의 설계사가 탈락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고용축소와 설계사 탈락으로 인한 유지율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일부 의견이 갈렸다.
한신대 이건범 교수는 “수수료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판매채널의 안정화가 반드시 고려돼야 하며, 장기간 유지를 위해서는 이에 따른 인센티브 구조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 진익 연구조정실장은 “분급 비중이 늘어난다고 해서 연금저축 가입이 활성화 되는 것은 아니다”고 일갈하며, 이석호 연구위원의 발표에 대해 전면 부정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수수료체계는 연금저축의 가입 활성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수익률에 있어서도 선취와 후취수수료는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며, “모집수수료 자체에 대한 장기적인 개선은 필요하지만 분급방식(50대 50)에 대한 정확한 근거도 없거니와 당국에서는 최소한의 제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시장참여자들이 알아서 적절한 수준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이 1년에 10%씩 일괄적으로 낮추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비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적연금 가입에 있어 모집인의 사회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분석과 진행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당국 정책 객관적 기준 없어…‘신뢰성’ 의심
이러한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적절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금융위 박정훈 보험과장은 50대 50의 분급비율 근거에 대해 “답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영국이나 미국이 25~50% 수준에 있는 것을 참고했다”며, “지난해 4월 70%로 축소한 후 제기된 문제들을 감안해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국과 미국의 경우 정책적 결정으로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반해, 국내의 경우 당국의 결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시장에서 이를 수용하고 내재화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순천향대 김헌수 교수는 “분급체계의 정착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수수료체계가 계약해지율과 유지율 문제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여러 문제들이 얽혀 있다”며, “외국의 경우 분급체계는 오랜 기간을 거쳐 시장에서 적절한 균형에 맞게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당국이 제시한 10%씩의 기계적인 수수료 축소는 좀 더 심도있게 고려되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급은 분명히 설계사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경제적 약자의 입장에서 당국이 전환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분급화 그대로 시행…의견수렴은?
업계 및 학계에서도 수수료 분급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과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지만 당국은 지난달 17일 발표한 저축성보험 수수료 체계 변경을 그대로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위 박정훈 과장은 “연금저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수수료체계 말고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계속해서 업계 및 여러 의견을 듣겠다”고 말하면서도, “지난 9월 발표된 수수료 분급화는 예정대로 1월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험대리점협회는 지난 7일 예고한 바와 같이 14일 금융위가 위치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개정안 철회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실질적인 ‘연금저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 정책간의 이해관계와 수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좋은 상품과 제도가 있다해도 연금은 푸시영업을 통해 가입하는 것이 사실인데, 판매자가 판매하지 않으면 결국 활성화 정책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축성보험 계약체결비용 지급방식 개선방안 〉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