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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광양회·자력성장 미학 곱씹기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10-06 17:45 최종수정 : 2014-07-17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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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광양회·자력성장 미학 곱씹기
“더 늦기 전에 더욱 대형화 하지 않으면 머지 않아 도태당할 것이라는 맹신이 대단히 센 바이러스인가 봅니다.”

아주 가끔 외부 객관적 시각에 도움을 얻곤 했던 비금융계 한 전문가가 궁금해서 묻는 거라며 했던 말 중 한 토막이다. 금융계에선 우리금융 1~2단계 민영화 관련 이슈가 최신의 것도 시쳇말로 당장 ‘박 터지는’ 경쟁이 본격화할 일이 아닌 탓에 한 두 마장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을 뿐인 것처럼 금융계 밖 역시 관심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가 궁금해 한 것은 대형화 겸업화 노선이 아직 유효하다고 보는 시각이 대세인 것이냐는 점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랬고 유럽 재정위기 때 또 그랬던 것처럼 제 아무리 초국적 대형금융그룹이라도 스스로 감당 못할 취약성을 안고 있다 혼쭐난 곳이 여럿 있지 않았느냐는 반문도 던졌다.

금융계 안에서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 논제가 바깥 사람에게서 돌출되다 보니 순간적으로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금융 현업 임직원을 수시로 만나고 전문적 연구를 생업으로 하는 전문가들과 입담으로 보낸 시간이 결코 적지 않은 생활을 하노라 자부했던 건 모두가 오만이었다. 느낀 순간 구별하고 정리하는 실마리가 떠올랐다.

“마구잡이로 덩치를 키워야겠다고 나선 곳은 아무 곳도 없구요. 금융사에겐 자본효율성에 앞서 자산건전성과 지속가능 수익창출력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현재의 한계를 벗어나 한 단계 이상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나선 겁니다.”

각기 다른 지방은행 인수 의향을 표명한 경우 M&A로 비약적 성장을 했던 곳이건 자력성장을 통해 만만치 않은 성장을 구가한 곳이건 ‘무리해서까지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규모의 경제 추구를 통한 볼륨 높이기’가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 옹호론을 펴 봤다.

“그렇죠? 일설엔 괜한 들러리로 나선 거다 그게 아니면 욕심이 과한 거 아니냐 좀 다른 이야기가 있다던데, 그럼 우리은행 민영화가 정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나면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이 부쩍 강해진다고 보십니까?”

이 질문엔 능력 밖이라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 놓지 않을 수 없었다. 완전한 사견임을 전제로 할 말이 있을지언정. 기실 경쟁력 진화에 꼭 필요한 전제조건과 변수가 많고 무엇보다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는 글로벌 실물경제와 시장에 강하게 연동돼 있기 때문에 한 낱 금융계 출입기자가 논할 만큼 만만한 주제일 수는 없으니까. 심사숙고한 다음 다시 통화하기로 하는 약조로 위기를 모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덕분에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이후 금융 변천 소사를 거슬러 살펴 보는 계기가 마련해 주신 점이 매우 고맙게 다가 온다.

무분별한 사세확장 끝에 주저 앉은 대기업에 얽힌 거래 비중이 낮거나 적은 탓에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우량했던 은행들이 전통 강호를 꺾고 전세를 뒤집었던 외환위기 수습과정이 떠올랐다.

‘역사적 반사이익’에 힘입어 환골탈태에 나섰던 무리는 크게 둘로 나뉜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포함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선 곳과 자력성장 노선을 견지한 M&A 적극파와 온건파 정도로 이름부를 만하다. 적극파 가운데는 지주사 이점을 앞세워 은행과 비은행 사업라인을 키운 적극성에 성장 속도와 볼륨이 대체로 비례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온건파 성장세가 약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온건파의 성장 속도나 사업다각화 진전속도가 뒤져 있을 뿐이다.

국내 시장이 본질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는 상황에서 최근 인수의향 표시에 담긴 함의는 적지 않다. 몇 해 전 복수의 금융사가 경영방향을 집약한 사자성어로 채택한 바 있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사자성어나 그래도 ‘호시우보’ 스타일의 신념을 견지하고자 했던 흐름이 완전히 퇴조했다는 변화 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역사를 돌아보면 올바른 책략과 병법을 갖추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해서 그 노선이 채택되란 법은 없었고 채택된다 하더라도 주군의 변심이나 우매함에 때를 놓쳐 대사를 그르친 숱한 사례가 나온다.

지금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어느 길을 가야할 것이냐 헤아리려 한다면 그 전에 꼭 짚어볼 게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퇴계 선생 한시 중 후반부에 ‘苟非靜爲本 動若車無軌(구비정위본 동약거무궤)’란 구절이 있다. 진정 고요함을 (마음 수양의)근본으로 삼지 않으면 달리는 수레예 궤도 없는 것과 같으리라. 건전성·생산성·수익성을 높일 근본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조직과 조직 구성원에 있으며 그 수양과 역량 비축이 동시 수행되지 않은 채 추진하는 어떤 인수합병도 올바른 귀결을 맞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혜에 잇닿을 수 있는 귀중한 구절이라고 본다.

아직도 우리 나라 경제계 전반에 걸쳐 인수합병은 서투르고 어려움에 쩔쩔매야 할 큰 과제인 마당에야.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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