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가게부채 증가세가 꺾인 것이나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 모두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반가워 하기만 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자본시장쪽 은행 전문가들이야 2분기 은행 경영실적조차 암울하겠지만 하반기를 기대해 볼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향방과 맞물린 은행경영 좌표는 좌하향 곡선을 그리며 퇴보에 내몰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게 사실이다. 글로벌 불안요인의 상시적 작용과 국내 내수부진이 겹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 저성장 그늘이 짙은 상황에서 금융업만 실적이 좋을 리가 없다는 상식이 새삼 주목받을 정도로.
◇ 실물경기 나쁜데 대출마저 위축되는 양상에 담긴 함의
익명을 청한 금융연구원 한 전문가는 “실물경제가 잘 풀리고 있다면 대출이 늘어나건 줄어들건 쌍방 모두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기지만 저성장 경기 와중에 대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걱정해야할 요인이 포함돼 있다고 볼 만 하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좋은 상태에서 대출이 늘어나면 소비지출의 증가로 이어져 호황 국면이 더 길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고, 경기가 좋은데 대출이 둔화되거나 줄어든다면 부채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 다이어트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민간소비가 바닥을 기면서 엔저 광풍 탓에 수출체산성이 나빠지는 저성장 구간에 들어 있다. 이런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폭 둔화는 연착륙이 순항하기 시작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소수이지만, 복합불황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은 은행과 비은행 모두 자체 상품을 통한 잔액이 줄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돈을 빌리는 가계부문의 대출 자체는 증가폭이 둔화되는 정도에 그치는 특징을 띠고 있어서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 상반기 고작 3조 3000억원인데 모기지론 등을 주택금융공사에 팔아 치운 걸 합하면 15조 9000억원으로 크게 불어난다. 세제혜택을 핵심으로 한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책에 따라 주택대출 수요가 일자 은행이나 자체상품 대신에 공사 상품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로 대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반기엔 세제혜택 종료에 따라 이같은 대출 수요가 떨어지면서 가계부문 관련 자산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택대출을 뺀 나머지 대출 축소는 내수 부진에 따른 자영업 창업이 줄고 있을 가능성, 은행의 대출 축소 움직임 때문에 상대적 고금리를 감수하고 다른 권역 대출로 옮겨 갔을 가능성 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 위험도 높은 중소기업 대출 늘리기에도 한계 뚜렷
특히 주택대출을 내주더라도 자체 자산으로 남지 않는 대출만 늘어난다는 것은 은행 경영지표로는 나쁜 신호에 속한다. 저금리 국면에 접어든 뒤 이자마진이 더 줄어든 상황에서 알짜 대출인 주택대출 자산이 줄어든다는 것은 금리 마진과 이자부 자산 총량이 축소되면서 쌍방향 이자이익 규모만 줄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중소기업대출 증가가 가계대출 둔화를 대체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등장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낸 6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은 16조 1119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과 지난해 증가규모를 합한 17조 375억원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어서 반년 동안 지난 2년간 늘린 만큼 급격히 늘렸음을 뜻한다. 이 대목 역시 부정적 전망이 함께 뒤따르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주택관련 대출보다 금리수준이 높기 때문에 가계대출 성장의 큰 폭 둔화에 따른 충격을 상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냥 늘릴 수가 없고 대출이 나가면 나가는 만큼 경험손실률 수준의 부실을 감당해야 하는 출혈 또한 뒤따른다. 경영실적 면에선 증가폭이 적더라도 주택대출이 오히려 유망한 이유다.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결과 대기업 40곳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은행권은 약 53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더 쌓았다. 걱정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대기업 부실과 중소기업 부실은 경기부진이 길어지면 질수록 도처에서 돋아날 수 있다는 진실이다. 국내 시장이 전부인 국내은행들의 비애가 바로 이 대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