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강력한 지지선인 100엔대를 이탈했다. 장중 한때 98엔까지 하락했으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99.4엔으로 마감했다. 다음날 100엔 탈환에 성공했으나 그 회복속도는 둔화되는 모양새다. 엔화약세가 주춤한 배경은 미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빌미를 제공했다. 실제 미국 ISM 제조업 지수는 이날 4년 이래 최저수준인 49.0으로 떨어졌다. 기준치인 50아래 수치는 미국 제조업 경기둔화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이 지표가 시장에 발표되자 미국경제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엔달러환율의 상대통화인 엔화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고 엔화약세기조가 꺾인 것은 아니다. 일본정부는 경기회복과 기업이익개선을 위해 양적완화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단 가파른 엔화약세는 △수입물가상승에 따른 소비경기악화 △국채금리상승에 따른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 등 부작용이 뒤따르는 만큼 엔화약세속도조절에 나선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엔화의 반등이 추세전환이 아니라 조정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급등이 뒤따르는 숨고르기 차원의 조정보다 정책이벤트에 따라 급등락하는 변동성국면에 집입했다고 보고 있다.
동양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장은 “엔화약세는 본격적인 진정국면으로 진입했다”며 “일본은 수입물가부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전환, 무역수지 적자개선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엔/달러환율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엔화약세로 직격탄을 맞았던 우리증시도 엔화속도조절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부장은 “그동안의 가파른 엔저현상도 한풀 꺾일 것”이라며 “하반기에 엔저가 속도조절될 경우 한국시장을 외면했던 걸림돌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한국시장 긍정적 접근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