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율 7일연속하락, 외인 약 6770억원 순매도
환율하락세가 심상치않다. 지난 19일 원/달러 환율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103.3원으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환율움직임에 민감한 외국인이 매수 혹은 매도 가운데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외국인은 보통 통화와 증시에서 기본적으로 정의 관계를 보였다. 즉 해당국가의 통화가치가 오를 때, 외국인은 순매수를, 꺼꾸로 통화가치가 내릴 때 순매도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은 정의 관계는 2006년 이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의 매매가 환율과 엇박자를 보이면서 이같은 불문율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 환율 1120원이 이탈하며 환율약세가 본격화된 지난 2일부터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10월 19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6770억원을 팔았다. 특히 강력한 지지선인 1100원 이탈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이 같은 매도기조가 더 강력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변덕스런 매매에 대한 분석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환율하락에 따른 기업실적감소에 대한 우려로 외인이 보수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대신증권 박중섭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역사적으로 1100원을 이탈하게 되면 순매도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예상보다 나쁜 실적발표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데다, 환율하락세가 나타나 외인의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는 외국인의 환차익론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의 매수가 이뤄진 환율대는 주식은 주로 1130원대, 채권은 1140원대 유입됐다. 지금 추세대로 환율이 1100원을 이탈할 경우 외국인 자금에서 5% 안팎의 환차익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원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외국인의 환차익실현 성격의 매도 물량이 일부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최근의 급락은 지연되었던 환율 정상화가 다소 늦게 진행되는 것으로, 현재 속도대로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김현준 연구원은 “현재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방법은 환차익”이라며 “주식뿐아니라 채권, 선물 등 원화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외국인의 매도는 실적 부진 우려 또는 불확실성과 함께 원화자산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외국인의 매도는 이전과 다르게 국내증시에 대한 공매도 규모가 크지 않다”며 “투기적 매도보다는 국내증시 자금 이탈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환율변동성, 더딘 원화하락속도 등으로 펀더멘털 훼손 제한
하지만 이같은 엇박자는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환율변동성이 낮은데다, 아시아 통화와 비교해도 약세폭은 크지 않아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HMC투자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원화의 가치상승은 여타 국가들에 비해 특이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7월 이후 절상율은 아시아 주요 통화와 비슷한 수준이고, 유로화에 비하면 오히려 작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이 우려하는 ‘원화약세→수출경쟁력약화→외인이탈’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신영증권 김재홍 투자전략팀장은 “달러약세의 원인은 과거 쌍둥이 재정적자가 아니라 글로벌유동성 공조에서 비롯됐으며 일방적인 달러화약세 가능성은 낮다”며 “점진적 원화강세가 기대되는데, 원화급등기보다 오히려 완만한 상승기에 수출주요 섹터의 주가는 양호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조용현 투자전략팀장은 “환율 1100원을 하향 이탈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원화의 절대적 가치는 낮은 수준”이라며 “펀더멘탈(수출과 이익모멘텀)과 외국인 수급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