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형증권사 지점통합, 폐쇄 바람
“죽기 일보 진전입니다.” 모증권사 강남지점 A차장은 요즘 지점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유럽위기의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경기도 안좋아 신규고객은커녕 있는 기존 고객들도 이탈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거의 모든 지점이 적자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차부장급 중심으로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들린다”고 말했다.
시장침체가 이어지면서 증권사가 효율성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재정위기로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등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브로커리지가 악화되면서 일선 리테일 지점 쪽으로 영향이 미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또다시 리테일지점 축소 카드를 빼들었다. 지점의 경우 지난해 130개에서 올초 99개로 선제적으로 리테일지점 재배치에 나선 상황. 하지만 거래대금급감같은 시장상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않자 최근 20개 지점을 더 줄이는 리테일개편작업을 단행한 것이다.
대형사에 비해 규모의 경제효과가 떨어지는 중소형사도 지점축소에 합류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서울의 경우 반포 잠실 대치지점을, 지방의 경우 부산중앙 일산 수원 등 12개 지점을 패쇄키로 했다. 지점수가 지난 3월말 32개인 점을 감안하면 약 30% 넘는 점포를 줄인 셈이다.
아예 무점포전략을 선언한 곳도 있다. 지점폐쇄에 나섰던 토러스투자증권은 마지막 점포인 대구지점을 닫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지점을 유지할 수 없지않느냐”며 “지점대신 법인금융상품판매 등 도매영업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리테일이 아닌 리서치 등 본사인력의 구조조정은 없다”며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지점전략이 우리와 맞지않은 사업모델로 드러난 만큼 지점을 재오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점이 많은 대형사도 지점개편 바람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현재 규모의 경제효과라는 강점을 가진 대우, 우리투자증권은 리테일 지점 가운데 80~90%가 적자를 입은 것이라고 알려졌다. 때문에 지점폐쇄 등은 없다고 단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반면 전년 동기 대비 약 90% 넘게 영업이익이 감소될 것으로 추산되는 현대증권의 경우 지점통합 및 폐쇄는 고려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점포축소는 논의한 바도 검토한 바도 없다”며 “지점을 장이 좋을 때 늘리고 나쁠 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어려울 때수록 임직원의 사기를 진작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판관비 비중 증시호황기 수준 증시불황 고착시 구조조정 불가피
문제는 침체된 시장이 드라마틱하게 반전되지 않는한 현재 불황형 사업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손익분기점을 맞출 거래대금의 마지노선을 약 7조원으로 본다. 이미 앞선 미국 일본같은 선진국의 거래대금이 약 6조원 후반대이고, 결국엔 우리나라 시장상황이 선진국과 비슷하게 움직일 것을 감안하면 지금 사업구조에서는 적자를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구조가 고착되면 인력구조조정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실적과 판관비의 엇박자가 심하기 때문이다. 2006년과 2011년의 기준으로 이익이 14% 감소한 반면 판관비는 50% 넘게 늘었다. 지금처럼 증권업계의 저성장구조 고착으로 이익이 제자리에 머물면 실적에 맞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력은 증시호황기 시점에 짜여진 구조로 증시불황이 이어지면 코스트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면서 “금융당국도 플레이어가 많다는 점을 심각하게 여기는 만큼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현재 지점폐쇄를 단행한 증권사의 경우 이번 조치가 인력구조조정과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기존 점포를 대형화하는 효율적 운용의 차원이고 구조조정은 아니다”며 “현재 통합점포인 WM센터의 경우 상담 직원자리뿐 아니라 업무공간, 상담공간, 사무공간으로 나눠져있는데, 업무별로 재배치된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