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문사 양과 질 엇박자 심화, 새내기업체 61% 손실
자문사의 양과 질의 엇박자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문사의 경우 자문형랩붐이 시작됐던 지난 2009년 3월 91개에서 올해 5월 현재 155개사(자문35, 일임11, 자문·일임109)로, 일임계약고도 12.6(일임 9.8)조원에서 82.5(25.5)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반면 수익성같은 질적인 면은 하향세다. 중소형사 가운데 81개사(전체의 56.3%)는 손실을 입었으며 73개사(50.7%)는 자본이 잠식된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새내기 자문사일수록 타격이 컸다. 최근 1년 이내에 등록, 영업기반이 약한 신규 투자자문사의 61.5%가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이는 대형자문사의 주요 운용전략인 몇몇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주식 압축포트폴리오를 답습했고, 편입종목도 엇비슷해 전문화, 다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도 상위사업자 중심으로 부익부빈익빈이 연출되고 있다. 상위 10개사의 계약고 합계는 14.5조원. 그 비중이 62.5%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고 우량자문사 육성을 위해 직권등록취소제라는 초강수를 빼들었다. 이는 말그대로 조건에 미달하는 자문사를 청문회같은 절차없이 직권으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다. 커트라인은 △등록 후 6개월 이상 계약고가 없거나 △자기자본 유지요건에 미달하고 △업무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자문사로 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직권 등록취소제를 시행하려면 법 개정 절차 등이 필요해 다소 시일이 소요될 수도 있다”며 “법이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 중 투자자문사 퇴출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채찍만 드는 것은 아니다. 시장활성화를 위한 당근책도 있다.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가 베이스인 자문사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업무범위를 대폭 넓혔다. 이미 법령개정안에 부동산(관련 권리), 금융회사 예치, 재무설계자문, 경영컨설팅 등 자문사의 업무범위추가가 반영됐다. 금융투자상품 이외에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문(일임)허용하는 미국, 영국, 일본처럼 FP, 부동산 전문 자문사 등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형 자문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자문사의 운용업진출관련 진입장벽을 낮춘 것도 인센티브다. 운용사와 자문사 사이의 운용상 궁합이 잘맞는 ‘사모펀드운용’이 1순위로 꼽히다. 소수의 큰손들 위주로 개별계약성격이 강해 투자자 보호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
이에 따라 일정한 업력이 축적된 자문사, 즉 △업력 3년 이상 △자본잠식이 아닐 것 △일임계약고 1000억원 이상 등 조건을 충족하면 진입을 폭넓게 허용할 방침이다. 이들이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설립조건도 자기자본 20억원, 전문인력 2명으로 완화했다.
◇ 맞춤형 사모펀드 등 수익원다각화, 소형자문사 단기매매위험 노출
이번 대책에 대해 대형, 중소형자문사의 시각차이는 뚜렷하다. 대형자문사 관계자는 “주식 외에도 사모펀드, 재무설계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우량자문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투자자의 신뢰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실적이 좋지않은 소형자문사의 경우 부정적이다. 특히 단기간의 실적을 잣대로 퇴출여부를 결정짓는 직권등록취소제에 대해 단기매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소형자문사 관계자는 “시장싸이클로 볼 때 실적을 평가할 수 있는 투자기간은 최소한 3년이고, 시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장기투자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퇴출우려가 있을 경우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위해 공격적인 매매에 나설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소수종목 집중투자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모자문사 대표는 “압축포트폴리오투자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시기가 맞지 않는 쪽으로 종목을 압축된 게 문제”이라며 “해외유명자문사들도 소수 포트폴리오투자가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한편 사모펀드허용 방침이 발표하자마자 자문업계는 특화형 사모펀드출시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바이오 쪽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삼호SH투자자문의 경우 개정안이 통과되는 시기에 맞춰 VVIP를 대상으로 헬스케어쪽에 특화한 사모펀드를 런칭할 계획이다. 이 회사 최남철 대표이사는 “자문사를 음식점에 비유하면 주방장 1명이 여러가지 메뉴가 아니라 소수의 특화메뉴에 집중할 때 경쟁력이 있다”며 “대형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부문에 강점을 가진 틈새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