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에 이와 달리 대기업 대출과 가계대출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유망한 영역으로 꼽히는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조달한 싼 자금이 들어온 만큼 늘려 냈다. 결과적으로 자금중개는 물론 신용창출을 통한 역할에도 무기력한 것이 2012년 대한민국 금융시장에서 은행권이 합작으로 만들어 낸 풍속도 인 셈이다.
◇ 채권금리 하락 겹치며 수신고 속살 부쩍 부쩍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계 수신흐름은 은행권 독무대나 다름 없었다. 6월까지 정기예금이 불어난 규모만 약 24조 8000억원. 수시입출식 에금 5조 7000억원을 합하면 30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은행계정과 따로 운영하는 신탁 쪽에서도 9조 1000억원 가량 수신고가 늘었다. 상반기 내내 금융창구를 운영에 땀 흘리고도 지난해 말보다 3312억원 줄어든 우체국예금이나 부진의 늪에서 머문 종금사 수신과는 완전히 딴 판이다. 그나마 자산운용사가 13조 4000억원 끌어 모았지만 법인이 맡긴 MMF가 12조 20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규모로 보나 증감치의 의미를 보나 올해 금융시장은 은행을 위한 마당이었던 셈이다.
특히 은행들은 거액 핵심고객을 관리할 목적으로 고금리 특판을 제한적으로 내놓는 것 빼고는 예금금리를 낮춘 상태에서도 자금을 꾸준히 빨아 들였다. 국고채 금리가 상반기 말이 가까울수록 기준금리에 가까워지면서 은행채와 CD 등 시장성 조달에서도 장기물 발행을 늘리고 좋은 조건으로 바꾸는 작업에도 열을 올려 시장의 갖은 혜택을 누린 대표적 권역을 꼽더라도 단연 은행이 돋보인다.
기업자금조달 구조도 은행 지배력이 크게 높아졌다. 은행들의 원화 기업대출은 상반기 25조 9000억원 늘었다.
◇ 기업 자금 은행대출 아니면 CP가 주연 꿰찬 까닭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2조 6000억원으로 고개를 숙였고 주식 발행을 통한 조달은 1조 1000억원에 그쳤다. 회사채를 통한 조달은 2010년과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각각 11조 6000억원과 19조 5000억원 규모였을 정도로 기업들의 핵심자금조달 루트였지만 지금은 비중이 크게 떨어졌다.
기업 자금조달원 가운데 은행대출에 이어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한 수단으로는 CP가 유일했다. 상반기 7조 8000억원 규모를 CP발행으로 조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자금 조달 여건이 쾌청한 여건을 유지하자 은행들은 대기업 원화대출로는 약 21조원 늘린 반면에 중소기업 대출로는 4조 8000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
또한 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 등 일반 가계대출을 상반기 동안 2조 3000억원 줄인 것과 달리 모기지론 양도 분을 합한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8조 9000억원을 늘렸다. 은행들이 수시입출과 정기예금으로 늘린 수신고 30조 5000억원은 대기업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분을 합한 29조 9000억원과 엇비슷한 규모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올라갈 우려가 크다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안전자산에만 공을 들이는 쏠림 현상을 빚어낸 것은 결국 자금중개 및 신용창출 역량이 미흡한 탓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