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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관한 단상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2-06-07 00:02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얼마 전, 서울 시내의 대형서점에서 책을 쓴 저자의 자격으로 공개강의를 했습니다. 이어서 즉석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기에 사인을 하는 저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왜냐면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대방의 이름을 쓸 때는 긴장이 됩니다. 만약 글자 한자라도 잘 못쓰게 되면 독자의 책을 훼손시키는 결과가 되니까요. 예를 들어, 독자가 책을 내밀며 “진승언입니다”라고 이름을 말했다면 ‘김승언’ ‘진성언’ ‘김성은’ ‘진승은’ 등등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 중에는 발음이 불명확한 이가 많아 몇 번씩 확인하며 사인을 하게 됩니다.

이럴 때, 센스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명함이나 이름을 적은 작은 종이를 사인을 받아야할 페이지에 끼워서 내미는 센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은 이것이 옳은 방법이요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려주는 매너입니다.

전자와 같이 이름을 말해주는 경우와 후자처럼 기록으로 넘겨주는 경우 - 작은 차이 같지만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 이름 기억하기와 알리기

이름. “한 사람에 대한 그 어떤 정보보다도 이름 석 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을 만큼 세상살이와 인간관계에서 이름은 중요합니다. 인간관계의 고수들을 보면 하나 같이 이름을 잘 활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모델로 삼아야할 사람으로 저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꼽습니다. 그는 스스로 ‘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10가지 원칙’을 만들어 실천했는데 그 중의 첫째가 바로 이름에 관한 것입니다.

<첫째, 남의 이름을 익히는 데 숙달되도록 한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뜻이 되므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이름을 익히는 데 신경 써라.> 그 정도로 이름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한 만큼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후임자였던 태프트 대통령 재임시에 그가 백악관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대통령 재임시에 일하던 고용인들의 이름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아르키 퍼트는 이렇게 회고하고 있습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앨리스를 만나자 그 분은 여전히 옥수수 빵을 굽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앨리스가 가끔 아랫사람끼리 먹기 위해 구울 뿐, 다른 사람들은 먹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그는 큰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 앨리스의 옥수수 빵 맛을 모르는 모양이군. 내가 대통령을 만나면 이야기하지.’ 그리고는 앨리스가 내놓은 옥수수 빵을 한 쪽 집어 들고 맛을 보며 대통령 집무실 쪽으로 갔는데, 가는 도중에 정원사나 기타 고용인들을 만나면 전과 다름없이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며 이야기를 나누셨죠.” 40년 동안이나 백악관의 수석 집사를 지낸 아이크 후버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처럼 이름을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름 기억에 매우 둔한 사람도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더욱이 요즘은 세상이 매우 복잡해서 젊은이들조차 상당한 건망증에 시달립니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다른 이의 이름을 기억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는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가끔,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라고 묻는 황당한 이가 있습니다.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알쏭달쏭할 때는 여간 당황스런 게 아닙니다. 따라서 상대방과 자주 만나거나 연락을 취하는 관계가 아닐 때는, 다시 만났다 하더라도 인사를 나눌 때 “저, 아무개입니다”라고 스스로 이름을 밝히는 것이 센스 있는 자세입니다.

◇ 이름이 곧 ‘그 사람’이다

퇴직한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저의 명함을 건넸더니 그분이 머쓱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요즘 명함이 없네. 놀고 있거든.” 그 선배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명함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따라서 명함이 없다는 것은 이름이 없다는 것이요 심각하게 말하면 ‘그 사람’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놀고 있다면 놀고 있는 대로의 명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름을 상대방에게 정확히 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 또한 퇴직이후의 자기관리요 인간관계의 기본입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SNS시대의 총아라 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해보면 참 무감각한 사람을 발견하게 됩니다. 친구요청을 하는 사람 중에 자신의 이름 대신 별칭을 밝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심지어 자신의 신분에 대한 설명은 한 줄도 없이 생일과 거주지만 밝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친구를 요청하는 사람이 신분을 안 밝힌다? 이건 심각한 결례입니다. 아니 결례를 떠나 이름(신분)을 알리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남들의 이름을 얼마나 잘 기억하려 노력하십니까? 또한 당신을 남에게 기억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한 번 점검해보시면 어떨까요?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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