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록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검토나 작업조차 없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민영화 큰 일정만 나와 있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진전시킬 작업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 어 회장, 인수 불참에서 인수 검토로 방향 전환?
물론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인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요청에 대해 어 회장이 일견 호응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보는데 불과한 것이라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어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KB금융 자산관리 페스티발에서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해 “정부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공고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추진하겠냐”며 “결혼을 할 때도 상대방의 조건을 충분히 알아야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밝혔다.
특히 그는 KB금융지주가 원칙으로 삼고 있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강조하면서 “기존 주주이익이 극대화 된다면 고려해 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어 회장은 “인수합병에 나서기보다는 아직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며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제시하는 매각방안이 KB금융이 정한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주주가치에 부합한다면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방향을 튼 듯한 인상을 풍긴 것이다.
◇ 공식 입장은 “우리금융 인수 입장 변화 없다” 강경
KB금융지주 관계자는 “M&A와 관련해서는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최우선 한다는 KB금융지주의 원칙을 표명한 것이지 우리금융 인수와는 관련 없다”며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한 기본적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최근 거래소부터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 조회공시 답변 요구에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M&A추진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으나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추진한 사안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계 안팎에서 이 같은 공식 해명성 입장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형편이다.
◇ 금융계 일각선 “정부 압박 무마 임시방편적 대응 노림수 포석”
우리금융 인수 반대 운동을 예고했던 국민은행노조 한 관계자는 “이 정도 발언에 노조 측이 발끈해서 움직이다보면 우리금융 인수를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어 회장의 오락가락 식 화법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발언에도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가격 등 매각 조건이 나아진다고 해서 주주가치 극대화를 할 수 있겠냐”며 “KB금융은 국민 등 전체적인 면에서 불리한 우리금융 인수에 나서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게 되면 덩치만 커질 뿐 시너지를 제대로 발휘 할 수 없다”며 “정부 지분을 한 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임금 등 모든 것을 하고 싶은 대로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KB금융이 불리한 조건으로 인수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정부의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둘러댄 임시방편적 대책이 아니었을까”라고 조심스레 건넸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사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금융 인수를 공식화하기에는 외국인 등 주주들의 뜻을 거스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운을 뗀 단계일지 모른다”는 견해를 제시했다.“주주가치 존중 원칙을 강조하면서 변화 여지를 남겨 놓은 게 맞다면 더 좋은 조건이 제시됐을 때 본격적으로 운신에 나서려고 포석을 깔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