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특별 정리기간 중 정리실적이 미진한 카드사에 대해서는 향후 해당 카드사 검사시 휴면카드 정리의 적정성 여부를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상담원 연결 없이 해지할 수 있도록 카드사들을 지도하는 한편, 상담원이 고객의 해지 사유를 확인한다는 구실로 다른 카드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 신용카드 4장중 1장은 무실적 카드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 수는 총 1억2253만장으로 이 가운데 3218만장(26.26%)이 휴면카드로 조사됐다. 〈표1-1 참조〉
특히 국내 신용카드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빅4(신한ㆍ현대ㆍ삼성ㆍ롯데카드)’가 발급한 7033만장 가운데 휴면카드는 1872만장(26.62%)에 달한다. 3분기 현재 신용카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의 휴면카드는 752만장으로 카드사 중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카드(394만장), 롯데카드(391만장), 현대카드(335만장)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롯데카드는 전체 발급된 카드(1213만장) 가운데 32.23%가 휴면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1-2 참조〉 즉 롯데카드 10장 중 3장은 휴면카드인 셈이다. 삼성카드도 발급(1402만장) 대비 휴면카드 비중이 28.10%로 높았다. 반면 현대카드는 발급(1390만장) 대비 휴면카드 비중이 24.10%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한 장 발급비용(제반비용ㆍ배송비 등)이 약 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볼 때 카드사들은 지난해 쓰지 않는 휴면카드 발급으로 3000여억원의 비용을 낭비한 셈”이라며 “여기에 모집인들의 수당까지 합산하면 그 금액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카드 발급 시 통상적으로 1만원 가량의 연회비를 지급하고 있어 카드사와 고객 모두 쓸데없는 돈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 금감원, 휴면카드 특별 정리기간 정해 해지 독려
발급된 신용카드 4장 중 1장이 잠자는 ‘휴면카드’로 부작용이 심화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1일부터 오는 3월 말까지를 ‘휴면 신용카드 특별 정리기간’으로 정해 회원들에게 계약해지 의지의사를 확인한 후 정리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각 카드사가 이처럼 법규를 위반하는 마케팅을 하면서 휴면카드가 제대로 정리될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휴면카드로 방치됐다는 것은 신용카드가 무분별하게 풀린 영향으로 회원들이 이용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인데 다른 카드를 발급하면 제2의 휴면카드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 억제 차원에서 이용한도를 증액하도록 권유하는 것도 없애도록 했지만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B카드사는 이달 중순까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이용 시 이자율을 20% 할인해 주는 행사를 하면서 회원들에게 현금서비스, 일시불, 카드론 상향 가능금액과 할인 후 이자율, 금액상향 등록 방법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 “3월말까지 휴면 신용카드 일제 정리” 목표
이처럼 일부 카드사에서 또 다른 카드로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꼼수 마케팅을 벌이고 나서자 금융감독 당국은 신용카드 해지를 늦추거나 카드 회원이 포기하도록 할 목적의 상품설명이나 추가 혜택을 주겠다는 부당 행위는 단속하고 제재도 강화하겠다고 선포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이번 특별 정리기간 중 전체 휴면카드수의 3분의1 수준인 약 1000만매 이상 정리를 목표로 각 카드사(겸영은행 포함)들이 자체 정리계획을 세워 이행토록 지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리실적이 부진한 카드사는 향후 해당회사 검사시 휴면카드 정리의 적정성 여부를 중점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리기간 중 카드사들은 휴면 신용카드 회원들에게 해지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적극적인 해지를 당부했다.
이번 카드 해지가 탈회(회원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신용카드를 해지해도 회원 자격이 계속 유지돼 고객의 개인정보가 카드사에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개인정보 삭제까지 원하는 고객은 카드사에 탈회를 요구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휴면카드를 해지해 주더라도 신용카드 여러 장중 1개 정도는 남겨 이후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할 것”이라며 “때문에 탈회는 안 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휴면카드 감축방안의 하나로 각 카드사들이 전체 카드 중 휴면카드의 비중을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신용카드 관련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마케팅 경쟁이 우려된다”면서 “카드사들이 스스로 카드발급을 자제할 수 있도록 휴면카드 비중을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1〉 연도별 휴면 신용카드 수
(단위 : 단매, %)
〈1-2〉 ‘빅4’ 카드사 휴면카드 현황(9월말 현재)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