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한 글로벌 유력 사업자들 사이에선 자산관리업 추진을 위해 리테일뱅킹 부문과 파트너십을 튼튼히 하고 자산운용부문(AM)과 통합 조직으로 움직이거나 독립부문으로 운영되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국내 자산관리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도 사업모델과 지배구조 정립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이같은 시각은 한국금융연수원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본원에서 마련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관리 사업모델 및 패러다임 변화’ 세미나 첫째 발표자로 나선 보스턴컨설팅그룹 박상순 파트너에 의해 제기됐다. 박상순 파트너는 “뉴 노멀 시대를 맞아 변화하고 있는 자산관리 트렌드를 직시한 국내 자산관리 업계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 무서워진 고객, 전그룹 차원의 상품·서비스 혁신 요구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 대외불안이 겹치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자산관리업에 전대미문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무엇보다 고령화 파고 속에 위기 발생에 따른 손실이 겹치자 고객들이 무서워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위기 전에도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에 걸맞은 서비스 요구 등의 트렌드가 훨씬 강화되는가 하면, 위기 후엔 △충성도 약화 △지명도나 덩치보다 전문적 서비스 여부에 따른 기관 선택 변화 △상품 보수 및 리스크 투명성 제고 압력 가중 등의 트렌드가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국내 자산관리업과 관련 “국내 프라이빗뱅킹 고객들은 평균 3개 금융기관과 거래하고 있는데 자산을 다 맡길 만한 곳이 없다는 불신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은행이면 은행 증권사면 증권사 해당 업권 위주로 캠페인이 걸린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에서는 경쟁 금융기관에 대한 우위 확보는 커녕 고객의 기대와 요구 수준의 변화도 따라잡기 어렵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미 글로벌 유수 금융기관은 기민한 대응에 한창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 고객군별 차별화 & 협업을 전제로한 창조적 솔루션
잘 팔리는 상품과 고객의 니즈에 역동적으로 지원할 소스와 조직을 갖춘 곳이 경쟁력과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목표고객군 재설정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전했다. 초거액자산가(UHNH), 거액자산가(HNH), 중간자산가(Affluent) 등 고객군별 사업모델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비록 고객군별 범위 설정과 목표는 조금씩 달라도 전문성 심화를 통한 UHNH고객 및 HNH고객 공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브랜드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해 고객 경험차별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층이 두터운 중간자산가 쟁탈 열기가 뜨겁다는 새로운 사실도 강조했다.
또한 리테일 뱅킹 부문에서 이관 받는 경우 고객 접근성이, 리테일 점포를 거점으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발생하는 전문성 문제를 한꺼번에 해소하려는 노력도 치열하다고 지적했다. 박 파트너는 리테일 영업기반을 살려 표준화된 자산관리 모델을 구사하는 ‘HSBC 프리미어’식 해법과 더불어 10~30개 리테일 점포와 전문점포를 연계관리하는 BNP파리바의 움직임을 좋은 예로 들었다.
◇ 역시 자산배분·운용·증식 통합솔루션 확보가 관건
고객과 접점을 형성하는 RM(릴에이션십 매니저)에 대해 상품 소싱은 물론 자산배분 및 자산보전 자문 관련 전문가 지원을 융합함으로써 통합 투자 솔루션으로서 IPS(Investment Products and Services) 기능강화 경쟁이 뜨겁다는 사실 또한 부각시켰다.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서 투자 솔루션을 갖추기 위한 구체적 노력 양태로는 크레딧스위스처럼 그룹내 IB부문과 자산운용부문(AM)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별도 조직을 운영할 수도 있고, UBS의 오스왈드 그루벨 CEO가 PB, IB, AM 등 3개 부문 상품·서비스 기능을 신설 사업라인에 통합 배치한 것처럼 특단의 선택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며 명료하다. 그룹차원에서 자산관리를 별개 사업라인으로 특화시킨 가운데 리테일 영업기반과의 파트너십으로 기동력을 살리고 자산관리 상품과 서비스에 필요한 제조 및 백업 기능의 시너지 극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 협업·성과보상·통합 사업라인화 등 난제 산적
박상순 파트너는 국내 자산관리업의 진로와 관련 매트릭스 조직을 추구하는 신한지주와 우리금융 등의 행보에 뜻 깊은 가능성과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고 특히 강조했다. 결국 전대미문의 혁신 경쟁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별 장벽 속에서 협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성과보상 차이까지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가 △상품·서비스 통합 기획 운용 가능한 인력과 조직을 갖출 수 있는가 △역량응집과 적정한 내부통제가 작동할 만큼 지배구조는 확립돼 있는가 등의 난제로 귀결된다고 그는 규정했다.
그는 “비록 소속회사별 업무 추진에 익숙하고 회사간 차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조직별 수용성이 약한 탓에 정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매트릭스 조직을 통한 통합 자산관리 솔루션 구축 추진은 유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