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날로 대형화 장기화하는 해외 프로젝트금융(이하 해외PF금융)지원을 확대하고 금융협력 모델을 창출하기로 합심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 은행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의 협력은 자연발생적이고 필연적인 귀결로 풀이된다. 이미 여러 대륙에 걸쳐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의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또한 녹색산업 등 태동기 신성장 산업부문에서 해외진출에 뛰어들 글로벌 녹색기업의 발굴과 육성에 큰 힘을 보탤 필요성에 두 은행 임원과 실무자들은 절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래 성장성이 기대되긴 하지만 당장의 수익을 확신하기 어려운 유치산업(幼稚産業)의 발굴과 육성에 각기 특장점을 지닌 두 은행간의 협력 다짐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PF나 투자개발형 사업에 뛰어들기가 한 결 수월해질 수 있어 산-금 시너지도 막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수출입은행은 해외PF금융을 포함한 중장기 프로젝트 금융 비중을 올해 기준 약 45%에서 2020년엔 70%안팎으로 끌어올리려는 비전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자금공금 계획 약 66조원 가운데 약 30조원이 중장기 프로젝트 금융 지원에 쓰인다면 2020년 150조원의 자금공급 전망치의 약 105조원은 중장기 프로젝트 금융지원에 투입하는 투자은행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은행은 PF금융 규모 가운데 해외 비중을 올해 20% 이상으로 다진 뒤 내년엔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3년 안에 해외와 국내 비중은 반-반으로 균형을 잡을 계획이다. 두 은행의 장기 비전과 전략적 목표 구현에 서로가 유력한 우군으로 자리매김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입은행 남기섭 부행장은 “산은과 수은 사이에 해외PF금융과 관련한 견제심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협력관계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양 은행과 우리 기업들 모두 윈-윈 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은행 공세일 부행장은 “올해 SK그룹이 싱가포르에서 벌인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하는 등 협력관계가 아예 없진 않지만 그 동안의 협력은 부족한 감이 있다”면서 “우리기업들이 해외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확실한 뒷받침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산업은행 공세일 부행장(왼쪽)과 수출입은행 남기섭 부행장이 지난 5일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해외PF금융 지원강화와 금융협력모델 구축 MOU를 맺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