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용선제공의 부정거래 여부가 쟁점
검찰과 증권사가 ELW부정거래를 놓고 법정에서 처음 만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5부(한창훈 부장판사)은 지난 11일 ELW 불공정 거래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대표이사, IT본부장, 스켈퍼 등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모두 진술에서 △내부전산망연결, 매매알고리즘제공 △정식원장생략 및 가원장 작성 △시세정보 차별적 제공 등의 부정거래로 현대증권, 이트레이드증권이 수수료를 각각 13억원, 9400만원을 챙겼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 최경수 대표이사, 이트레이드증권 남삼현 대표이사가 이같은 시스템 구축을 결재했다며 지위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전용시스템이 부정수단에 해당하는 지 여부다. 검찰은 앞서 브리핑을 통해 증권사가 스켈퍼에게 특혜시스템을 제공해 투자자 공정대우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전송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보안장치(라우터, 방화벽)를 거치지않거나 스캘퍼의 알고리즘 매매 프로그램이 탑재된 컴퓨터를 증권회사 내부전산망에 직접 연결시키고, △스캘퍼전용BEP(주문최초접수)서버, 상품처리서버, FEP(고객과 증권사연결)서버를 설치했으며 △필수적인 주문의 유효성체크 항목(약 21개 항목) 가운데 일부항목을 생략하도록 스켈퍼와 증권사가 서로 공모했다는 것이다. 또 시세정보를 차별적으로 제공한 점도 부정거래행위로 꼽았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이성윤 검사는 “이미 증인, 증거기록은 물론 전산에 관련된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다”고 승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증권사쪽의 변호인단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반박은 하되 재판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날 현대증권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측은 모두진술을 통해 검찰의 기소내용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 양쪽 주장 팽팽, 현대, 이트레이드證 CEO 공소사실 부인
세종 허만 변호사는 “전용 트레이딩 시스템은 고객서비스의 일환이며 부정적 수단이 아니다”며 “고객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모든 증권사가 VIP서비스를 제공하는데다, 이는 외국에서 널리 알려진 서비스”라고 말했다. 허 변호사는 또 주요 기소항목인 가원장, 차별적인 시세제공에 대해서도 “ELW의 경우 시스템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에서 불필요한 원장항목을 생략할 수 있다”며 “체결정보만 차별적으로 제공했을뿐 투자의 주요 판단기준인 가격변동시세는 똑같이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날 출석한 증권사의 CEO들도 부정거래수단혐의를 전면부인했다. 현대증권 최경수 대표이사는 “고객서비스 향상을 위한 차세대 시스템도입 차원일뿐 지금도 ELW가 어떤 시스템인지 잘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트레이드 남삼현 사장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앞으로 변호인을 통해 자세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서로의 입장을 가늠하는 탐색전 성격이 강했다. 검찰이나 변호인측도 법리상 요지만 밝혔을 뿐 상세한 법리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기소한 증권사는 여러 군데이지만 증인, 증거기록, 전산객관적 자료 등 핵심적인 사안들은 대동소이하다”며 “재판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병합을 신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호인들도 “아직 검찰측에서 자료를 받아야 하는 등 증거가 불충분한 만큼 재판을 다음기일로 연기한다”며 “전산에 관련된 복잡한 내용이 많아 PT를 통해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주요 법적쟁점인 전용선은 유효한 거래수단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연구원은 “DMA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로 국내의 경우 ELW를 비롯 자생적으로 활용됐다”며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적 판단이 대상이 돼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