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은 2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결의했다.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할 규모는 모두 약 9738억원이고 론스타 지분율은 51.02%이므로 약 4969억원을 추가로 챙기게 됐다. 이로서 론스타는 인수 당시 모두 약 2조 1548억원을 투입한 대가로 배당으로 받아간 총액 1조 7099억원과 지분 일부 매각으로 챙긴 1조 1928억원을 합하면 지금까지 세전 기준 2조 9027억원을 챙겨 투자금 회수율이 111.65%에서 134.71%로 껑충 뛰었다.
◇ 사회 여론 악화·외환은행 노조 “당국 나서라”촉구
이 같은 결정에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배당수준이 지나치고 은행의 미래를 말살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의결권을 즉각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임이 확실하고 주가조작 유죄혐의로 곧 대주주 자격박탈이 예정된 론스타가 외환은행 자산을 마음대로 빼먹는 것을 구경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노조의 논리다. 사회 여론도 악화됐다. 론스타의 이번 배당성향은 66%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고액 배당을 만류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외환은행 이사회에 앞서 래리 클레인 행장과 면담을 갖고 과도한 배당은 은행의 성장성과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감독당국의 입장을 전했지만 론스타의 대응은 배당 강행이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BIS자기자본비율이 기준을 넘어서고, 건전성 지표에 문제가 있지 않다면 배당에 간섭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며 불가항력적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외환은행 노조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의결권 정지를 목표로 한 다각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 하나금융 “인수 가격 하향 조정 나설 것”
론스타의 고액 배당에 하나금융은 곧바로 “배당실시에 따라 기업가치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정된 만큼 주식 매매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론스타와 하나금융은 주당 1만 4250원의 가격에 주식을 매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이번 배당 결정으로 발생한 이른바 ‘먹튀 논란’과 론스타 결정의 적절성 논란에 따른 불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긴 어려울 전망이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가 한 분석가는 “배당액 만큼 주식 인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며 “기업가치 변동 폭을 놓고 서로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론스타는 이제 투자금 회수를 많이 한 상태여서 전혀 급할 것이 없기 때문에 주당 매매가격 낮추기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론스타의 이번 배당은 외환은행에 투자한 일부 LP(재무적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요청에 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배당을 경정한 날 론스타가 하나금융으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담보로 1조 5000억원을 대출하기로 했고 이것이 사전에 요청된 것이었다면 앞으로 있을 배당금과 함께 LP들의 투자금 회수 요청에 응하기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 내부 사정에 따라 투자금 회수 요청에 응한 것이라면 감독당국의 만류에도 고액배당을 결정하는 일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만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