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퇴직연금제도는 적립금이 30조원을 넘어서고 가입자도 240만 명에 달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주로 가입대상 확대에 치중해 있었기 때문에, 퇴직 시점에서 축적된 적립금을 어떻게 안정적인 종신소득으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보고서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연금전환은 취약한 노후소득원과 공적연금급여의 불충분성 때문에 필요하다”며, “노후소득원의 구성은 사적 이전소득이 31.4%를 차지하는 반면, 연금소득은 14.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적 이전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소득원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연금소득으로 전환시켜 사적 이전소득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퇴직연금의 연금전환 유도를 위해 세가지 정책을 제언했다.
제1안으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의무 연금전환’ 정책이다.
기존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일시금 선택권을 인정하되 신규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며, 부분 일시금(예: 25%, 30%)을 허용해 유연성을 제고시키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정책을 적용하면, 남자 가입자가 적립금 1억원을 연금전환할 경우 연금소득을 7.6%(55세)~11.8%(65세) 정도 증대시킬 수 있는데, 60세 남성이 적립금 전부를 연금전환시킨 후 종신연금을 수령하면, 소득대체율을 17% 정도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는 ‘디폴트옵션 정책’이다.
이 정책은 개인의 선택권 제한에 대한 반발 때문에 의무 연금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검토할 수 있는데, 연금전환 수준은 제1안보다는 낮겠지만 현재와 같이 개인의 자발적 선택에 일임하는 경우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희 연구위원은 “우선 시범 사업장을 선정해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정책 효과가 입증되면 법 개정을 통해 전면 적용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만약 정책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하다면 그 다음 단계에서 의무 연금전환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재는 현행 방식에서 세제를 개편하여 연금전환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이고, 일시금 수령에 대한 인센티브를 축소시키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퇴직일시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폐지하고 일시금과 연금소득에 대해 단일 세제를 적용하거나, 퇴직연금제도에서 전환된 연금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혜택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