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기업 IPO흥행부진
하반기 IPO시장이 기지개를 펴는 반면 해외기업IPO는 된서리다. 올초 증시조정으로 위축된 시장의 경우 상장을 미뤘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기업공개를 추진하며 회복세다. 하지만 중국기업 중심의 해외IPO는 청약미달, 공모가 미달 등으로 몸살을 앓는 등 대조적이다.
실제 이달 IPO건수는 15건으로 15년만에 최대치다. 이 가운데 해외기업이 국내증시에 입성한 케이스는 단 한 곳. 삼성증권이 주관사로 지난 2~3일 청약에 나선 중국기업 완리인터내셔널이다. 실적만 보면 차이나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기대주다. 외벽타일전문업체인 이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410억원, 순익은 308억으로 공모가도 밴드의 가장 낮은 수준인 4100원으로 책정됐다. 해외기업 IPO사상 가장 저평가된 종목으로 평가받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청약경쟁률은 1.09대1로 일부 투자자들이 잔금납입을 포기하며 사실상 청약미달이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3850원으로 공모가보다 아래에서 형성된 뒤 하한가로 추락했다. 지난 15일 주가는 3235원으로 청약에 나섰으면 불과 1주일도 안되 약 20% 넘게 손실을 본 셈이다.
앞서 증시에 상장된 해외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앞다퉈 증시에 입성한 차이나킹, 성융광전투자, 차이나하오란, 이스트아시아스포츠, 웨이포트 등의 주가는 코스피2000시대에도 공모가 대비 반토막넘게 떨어진 곳도 수두룩하다. 이밖에도 일본 네프로아이티, 미국 뉴프라이드 등 주가는 공모가는커녕 바닥을 기고 있다.
꼼짝없이 물린 경우도 있다. 대우증권 주관으로 지난 1월 상장한 중국고섬이 대표적이다. 중국 섬유 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린 싱가포르 소재 지주회사인 중국고섬은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예탁증서(KDR) 형태로 2차 상장됐다.
싱가포르에 원주형태로 상장한 이 회사는 회계리스크로 거래가 중단된 상황이다. 대우증권 임기영 대표가 상장 뒤 지난 1월, 2월에 직접 저가매수에 나설 정도로 회사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현재 공금횡령의혹 등 회계리스크로 거래가 올스톱된 상황이다.
거래정지 당시 주가는 4165원으로 공모가(7000원) 대비 약 40% 넘게 폭락했다. 청약미달로 주식을 떠안은 대우증권, 한화증권 평가손실은 각각 약235억원, 15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개월 넘게 거래정지중인 이 회사는 재무제표작성 지연으로 주주총회를 지난 4월에 이어 오는 8월말로 두번째로 연기했으며, 사업보고서미제출에 따른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경영불확실성으로 밸류에이션 매력 훼손
해외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배경은 실적보다 경영투명성의 요인이 강하다. 매출, 수익 등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좋아졌으나 경영투명성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주가도 추락하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들은 본사가 홍콩, 미국 등에 있는 자회사다. 국내에 상장했으나 현지에 IR팀을 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같은 소통부족은 회사정보부족, 회계투명성 불신으로 이어지는데, 연합과기의 경우 회계투명성 문제로, 중국해양자원의 경우 유상증자논란으로 주가가 폭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완리인터의 경우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여기에 감사인, 재무담당임원, 사외이사를 뒀다. 또 딜로이트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고 공모자금내역같은 경영현황을 수시로 공시하기로 했다.
거래소도 해외기업의 IR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달 외국기업 디스카운트 해소 및 투자자보호를 위해 현지에서 상장중국기업 IR을 열었다. 애널리스트 등이 현지에 초빙했으며 상장 중국기업 7사를 대상으로 기업 개요 및 사업현황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및 Q&A, 영업설비 견학 등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국내해외기업들이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디스카운트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꺼꾸로 해석하면 투명경영 등으로 시장신뢰를 얻으면 저평가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유진호 연구원은 “이미 중국상장기업들의 수가 두자리가 넘고 상장기간도 1년이 지난 시행착오 단계에서 회사 가치 대비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며 “최근 심사강화, 회계투명성 등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면서 이들 기업도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증권 박매화 연구원은 “기업고평가, 저평가를 판단하고 주가를 비교하려면 데이터의 신뢰성이 뒤따라야 하는데, 중국기업의 경우 이 수치에 대해 믿지않다”며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이같은 불안감이 해소되지않으면 저평가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