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그동안에 보이지 않았던 칸막이를 허물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동안 가져왔던 감독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
저축은행 감독 부실과 전·현직 직원 비리 등으로 초유의 위기상황에 몰린 금융감독원이 지난 1999년 1월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과 국·실장 인사를 단행하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금감원은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 개념으로 ‘현장중심의 검사 강화’. ‘서민, 소비자보호 기능강화’를 내세웠다.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본부제 조직을 부원장, 부원장보 책임체제로 전환시켰고 검사부분을 감독부분에서 분리하는 한편 검사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이에 따라 3명의 부원장을 포함한 10명의 본부장이 각각 고유업무를 담당했던 기존의 본부제 조직이 3인의 부원장 밑에 각각 3명의 부원장보가 배속된 직할체제로 변경했다. 대부분 ‘서비스’란 단어가 들어가던 국명칭도 ‘검사’나 ‘감독’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은행서비스총괄국은 은행감독국으로, 일반은행서비스국과 특수은행서비스국은 일반은행 검사국과 특수은행검사국으로 바뀐 것이 그 예다.
서민,소비자보호 기능강화를 위해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의 점검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고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IT보안, 외화유출입 모니터링, 신용카드사 과당경쟁과 관련된 조직을 강화시켰다. 금융권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업계 유착과 안일한 감독에 빠질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관련 부서장들이 생소한 업무를 맡게 됨으로써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부서장 85% 물갈이… ‘파격인사’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국제업무 등 업무연속성 유지를 위한 최소 인원(8명)을 제외하고 현직 부서장 55명중 47명(85%)을 교체했다. 한국은행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구가 통합하면서 출범한 후 가장 폭이 큰 것에 속한다.
금감원은 출범 당시 각 4대 3대 2대 1의 인력 비율로 합쳐졌다. 은행, 금융투자, 보험, 카드·할부금융·저축은행 등 비(非)은행 분야의 검사와 감독을 나눠 맡았지만 서로 자신들의 업무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권역별 갈등을 빚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한 권역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해당 업계와의 유착 문제가 수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금융투자·보험 등 주요 권역별 주무국장을 타 권역으로 이동 배치시키는 등 25개 부서장을 전보 조치했다. 양현근 은행서비스총괄국장은 증권분야인 금융투자감독국장으로 발령났다. 이은태 복합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감독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감원은 IT, 국제, 회계, 법률, 금융상품 등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이 요구되는 22개 부서장에 전문가를 중용해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분야별로 10인의 본부장이 각각 소관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던 기존체계에서 3인의 부원장이 총괄, 은행·중소서민, 시장을 담당하고 산하에 각각 3명씩 부원장보를 배치했다. 〈표 참조〉
◇ 검사부문 별로 분리하는 등 검사기능 강화
검사부분을 감독부분에서 별도 분리하여 검사기능을 강화했다. 가계대출, 부동산 PF대출, 금융회사 과당경쟁 등 잠재위험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검사인력을 400명에서 501명으로 25.3% 증원했다. 리스크전문 인력도 각 검사국에 전진배치하고 리스크검사팀(6개)을 신설하는 등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검사도 강화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전담조직인 금융서비스개선국을 신설하고 인력도 217명에서 238명으로 10% 가까이 늘렸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외화 유출입, 신용카드사의 과당경쟁 등 시스템리스크 취약부문에 대한 인력도 보강했다. 내부통제를 위해 감사실내 감찰2팀 신설, 감찰팀도 2개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금감원 직원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감찰2팀을 신설하는 등 감찰기능도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투자위험이 높은 증권신고서에 대한 집중적이고 이중심사를 위한 전담 조직인 공시심사개선팀과 특별심사팀도 신설하면서 조사국에 조직 및 인력보강도 이뤄졌다.
◇ “감독전문성 훼손될 수 있다” 우려도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온갖 비리에 연루돼 권위가 실추된 금감원의 현재 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의지로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그동안에 보이지 않았던 칸막이를 허물었다는 평가다. 이는 은행, 금융투자, 보험 등 권역별 조직 이기주의 분위기가 끊이지 않고 금융감독 기구의 본령인 검사 분야에 대한 경시가 만연되면서 금감원의 감독 검사 역량에 심각한 누수가 생겼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가져왔던 감독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각 업권 특성상 감독의 유연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나몰라라하고 칼같이 감독·검사만 할 경우 금융시장 위축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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