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금융 재원 개선·상업금융 적극 뒷받침해야
1960년대 10 달러짜리 가발, 와이셔츠 등의 단품 수출로 시작했던 ‘輸出立國 대한민국’이 50년이 지난 지금에는 100억 달러가 넘는 정유공장, 석유화학공장 등을 수출하는 플랜트 수출 강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의 플랜트 수주 총액은 645억 달러로 2005년에 158억 달러와 비교할 때 최근 플랜트 수주 증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기업의 세계 플랜트시장 점유율은 7.8%로 세계 6위에 이르게 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수주가 하청이 아닌 원청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나라가 플랜트 수출 강국의 반열에 진입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플랜트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대규모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프로젝트 수주, 설계, 기자재 조달, 시공의 제조부문과 사업성 조사, 금융주선, 유지보수 등 서비스부문을 포괄하는 종합산업이면서 지식집약형 산업이다.
일반 토목건설과 달리 플랜트 산업은 기초기술과 설계, 금융기법 등 다양한 지식이 경쟁력과 직결되며 성숙한 산업구조를 가진 국가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들도 역량 강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저임 노동력을 앞세운 개도국들의 시장진입이 어렵고, 선진국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제조업 수출이 잦은 통상마찰을 유발하는 것과 달리, 플랜트 수출은 수입국의 자국 산업 육성 및 수출 진흥 정책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통상마찰이나 수입규제가 적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최근에 수주되는 프로젝트의 건당 수출계약액이 엄청 커지면서 플랜트 수출은 우리나라 수출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09년 말에 우리 업체들이 UAE에서 수주한 르와이스 정유공장사업은 한 건 수주액이 96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자동차 5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수출계약이다.
세계 플랜트시장의 전망도 밝다. 유가 상승에 따른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관련 플랜트 발주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인도, 동남아, 중남미 등의 전력공급 부족으로 발전설비 건설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전문기관에 따르면 세계 플랜트시장은 2011년 8810억 달러에서 2015년에 1조 1100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선진국 진입을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플랜트 수출이 제조업 중심의 양적 수출확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플랜트 수출이 우리 미래의 확실한 먹거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 중에서 금융부문의 애로 해소는 정말 중요한 대목이다.
프로젝트의 대형화에 따라 발주처는 자체 자금만으로 공사를 추진할 수 없다. 따라서 발주처는 수주 기업이 공사금액의 상당부분을 외부에서 금융 조달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사를 맡긴다. 즉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플랜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수출금융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이 점에서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단순히 금융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경쟁 기업들이 제공하는 금융에 비해 금리, 상환기간 등 금융 조건 면에서 결코 불리해서도 안 된다. 결국 플랜트 수출에 있어서는 양질의 수출금융 제공이 수주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랜트 수출국들은 치열한 금융경쟁을 벌리고 있는데 그 중심에 각국의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 있고, 이를 유수한 국제상업은행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있다. 선진국들의 ECA는 재원의 대부분을 재정에서 충당하는데 반해 우리나라 ECA인 수출입은행은 재원의 상당부분을 해외 금융시장에서 차입에 의존함으로써 양질의 금융 조건을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초대형화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쫓아가기에 자본금 규모도 크게 부족한 실정에 있다.
한편 국내에서의 상업금융 동원능력 역시 다른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 떨어져 있다. 국내 상업은행들은 자금력이나 경험적 측면에서 해외 프로젝트금융을 취급할 수 있는 역량을 아직 못 갖추고 있고, 적극적 참여의지도 결여되어 있다. 결국 국내 상업은행의 자리를 외국은행들이 메우게 되어, 국가간 수주전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거나 힘을 결집하는 데 있어 차질을 빚게 된다.
이처럼 미래 성장 동력인 플랜트 산업에서 수출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 강화가 시급하다. 우리나라 ECA가 양질의 수출금융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국내 상업은행들이 해외 프로젝트 금융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할 때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