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러, 엔화 유동성공급으로 엔화반사이익
원화가 초강세다. 3월 중순경 1130원을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은 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내리며 지난 1일엔 강력한 지지선인 1100원마저 무너졌다. 이번 1100원 이탈은 2008년 8월 이후 약 31개월만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원화강세의 배경은 수급에서 원화가 달러, 엔화에 비해 공급이 덜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원화의 주요 상대통화인 달러, 엔화는 각국의 대규모 유동성정책의 영향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은 2차 양적완화정책의 일환으로 약 6000억원의 유동성을, 일본도 대지진 복구를 위해 중앙은행에서 약40조엔의 자금을 공급하는 등 돈보따리를 대폭 풀고 있다.
정부도 인플레압력이 거세지며 원화강세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가장 큰 부담은 국제유가급등. 100달러 돌파로 주요 품목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며 국제유가가 인플레를 주도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약 8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로 유동성회수를 위해 금리인상카드를 쓰기에도 부담이다. 발등에 떨어진 인플레압력을 덜기 위해서도 원화강세를 어느 정도 허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안전자산 선호현상 완화도 원화강세를 부추겼다. 역사적으로 원화는 2008년 9월 리먼 파산, 2010년 5월 남유럽 등 위기상황에서 약세를 보였다. 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됐는데, 최근 일본금융시장이 쇼크에서 벗어나 투자심리도 안정을 되찾으며 원화강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원화강세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 우리증시의 큰손인 외국인의 경우 원화가 오르면 주식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외에도 환차익도 함께 챙길 수 있다. 때문에 원화의 방향은 외국인 매매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매와 환율을 보면 외국인은 지난 2008년 미국발(發) 서브프라임사태 등으로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는 등 원화약세기에 최대 26조원 가량 주식을 내다팔았다. 반면 2009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 따른 달러-원 환율은 하락으로 순매수로 매매패턴이 바뀌었다.
최근에도 3월 11일 이후 환율이 -2.45%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은 2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전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와 동반되는 모습을 보여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경쟁대상인 원엔환율은 절대레벨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원화강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의 마지노선을 1000원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나대투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진정 이후 다시 부각될 세계경제의 정상화 및 아시아의 펀더멘털 우위그리고 선진국의 통화 및 재정 정상화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이 2분기에도 평균 1080원을 기록하며 원화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양종금증권 이철희 수석연구원도 “경기와 부동산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점진적 금리인상(baby step)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빠른 원화 절상을 통해 인플레기대를 안정화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2분기말에는 1차적 심리적 저지선인 1,050원 선에, 연말에는 심리적 저지선인 1,000선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