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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왕’ 사기 왜 자꾸 발생하나?

최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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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1-02-23 22:24

유명세 이용… 해마다 사기사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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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해마다 발생하는 ‘보험왕’들의 사기 사건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도대상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A생명 본사에는 이 회사 소속 보험설계사 L씨가 고객들을 상대로 큰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후 잠적하자 피해를 입은 상인 50여명이 찾아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현재 정확한 피해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피해상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설계사 L씨는 주로 동대문지역 상인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금을 모아 기존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식으로 돌려막기를 해왔다. 하지만 보험계약이 아닌 개인 간 사적 거래관계에 대해 A생명보험사의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보험사의 VIP ‘보험왕’

보험왕은 보통 한 해 동안 각 보험사 설계사 중 최고의 실적을 올린 설계사에게 수여되는 연도대상의 수상자에게 붙여지는 칭호다. 또한 이들 보험왕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훌쩍 넘는 연봉을 받으며, 해당 보험사에서는 영업채널의 꽃으로, 특히 설계사들에게는 롤모델로 인식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보험사들이 매년 거창한 연도대상 시상식을 치르고 후한 포상금을 지급하며, 개인 사무실, 집기, 차량까지 지급하며 그야말로 ‘왕’처럼 떠받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영업조직의 귀감이 돼야 할 ‘보험왕’이 사기 사건에 휘말리면, 보험사가 입는 피해도 상당하다.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역시 정도는 없다’는 식의 영업조직 내부의 직업 자체에 대한 불신까지 불거지면 조직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보험왕 사기, 이유는?

보험왕이 사기를 치게 되는 경우는 △보험왕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허위계약을 만들어 내는 경우와 △개인적으로 돈이 급해지자 그간 자신이 쌓아왔던 유명세를 이용해 허위 상품을 만들어 고객의 돈을 횡령하는 경우, 이 두 가지가 대부분이다.

대형 생보사에서 수년간 보험왕에 오른 바 있는 한 인사는 “과거에는 보험사가 보험왕에게 압박을 줘 무리하게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험왕이라는 사람한테 ‘감히’ 보험사가 압박을 넣을 수도 없는 구조이고 또 그 정도 위치에 오를 정도면 우선 정도영업이 기반이 돼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에 사기 사건이 발생한 것은 개인적인, 그리고 일시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험왕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수십억대 사기를 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지고 싶지 않은 개인의 욕심과, 유명세를 이용하면 큰 돈을 쉽게 모을 수 있다는 유혹이 늘 있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 보험사도 책임있나

그간 보험왕 사기 사건의 경우 대부분 보험사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지난 2008년 B생보사 ‘보험왕’이었던 K씨는 “1억원을 넣으면 2년 후 1억2000만원을 주는 단기거치형 상품이 있다”고 속여 돈을 받고 월 300만∼400만원을 내는 15년짜리 장기보험에 가입시킨 혐의로 지난 2009년 7월 구속됐지만 법원은 K씨 개인의 사기혐의만을 인정했다.

2008년 C생보사 설계사 J씨는 고객들에게 “계열 증권사 고위층과 연계돼 있어 고수익이 가능하다”며 “투자에서 발생한 수익으로만 보험료납부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꼬드겨 보험료를 횡령, 구속됐지만, 이 경우에도 법원은 보험사의 책임은 묻기 어려운 것으로 봤다. 즉 보험사와 고객과의 거래관계가 아니라 설계사와 고객과의 개인적인 사적 거래관계에 기인한 사고로 본 것이다. 때문에 이번에 불거진 A생보사의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해마다 연도대상이라는 대대적인 시책을 활용해 실적 압박을 조장하거나 방관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도덕적인 책임까지 피해가기는 어렵다.

◇ 보험사들, “뾰족한 방법이 없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보험왕 사기 사건에 보험사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중견 생보사 관계자는 “연도대상 수상자를 선정할 때 실적과 계약유지율을 바탕으로 평가하지만, 전계약에 대해 사후모니터링을 하고, 고액계약에 대해서는 회사가 직접 적부심사를 나가는 등 건전성 여부에 대해서도 검증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보험계약으로 잡히지 않는 사기 사고에 대해서는 동료 설계사가 제보하지 않거나, 나중에 일이 불거져 민원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알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도 “계약이 들어와야 체크를 할 수 있지 보고되지 않은 경우까지 알아내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왕이 보험사 내·외부에서 가지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험업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보험연구원 안철경 연구위원은, “연도대상 시상이 갖는 부정적인 측면 중 하나라며, 연도대상이라는 시책 자체를 없애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며, “연도대상 수상자들이 수상 사실을 홍보에 활용하고 두둑한 인센티브와 명성을 얻게 되는 데 이로 인한 사고가 성과주의의 대표적인 폐단”이라고 말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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