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장예상 깨고 달러강세 전환
달러가 바닥을 찍었을까?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까? 최근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한달 전만에도 시장의 컨센선스는 달러약세론 쪽으로 기울었다. 2차 양적완화정책으로 약 6000억달러 규모의 달러가 시장에 풀리고 미국경제의 회복세마저 더디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깨고 달러가 급반전하자 달러바닥론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달러가 하락세를 멈추고 급반전하는 상황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11월 들어 80엔 이탈을 눈앞에 뒀던 엔/달러 환율도 84엔 수준으로, 위안/달러 환율도 6.62위안에서 6.67위안로 올랐다. 특히 원달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11월초 1100원대로 주저앉아 6개월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던 원달러환율은 최근에 급등하며 116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같은 달러급반전은 유로존 재정위기의 재발가능성이 주요 요인이다. PIGS국가들의 펀더멘탈이 예상보다 미흡한데다 내년 3월, 9월 국채만기 상환이 몰려있다. 그 GDP 대비 국채상환규모도 올해 39%, 내년 39%로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보다 10% 많은 것을 감안하면 달러의 강세속도가 빨라진다는 지적이다.
신영증권 김재홍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진행된 달러화 약세에 대한 반작용이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채상환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내년 초까지는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지정학적 리스크 등 일시적 현상, 추가하락에 무게
달러 호조세의 여건이 형성되는 가운데 최근 발행한 북한리스크가 달러강세를 부추겼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환율로 대변된다”며 “특히 북한리스크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지녀 원달러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강세가 계속 이어진다는 추가상승론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우리경제의 펀드멘탈이 좋아 지정학적 리스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하락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대증권 김기형 연구원은 “10월 53.7억달러 경상수지 흑자가 자본수지 39.6억달러 유출을 압도해 원화의 절상압력이 계속 누적되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불안정한 요인들로 인하여 11월엔 원화 약세, 달러 강세가 일시적으로 나타났지만, 원화 강세의 추세를 바꾸지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지원 연구원도 “넓게 보면 원/달러 환율의 내재변동성이 확대되기 보다는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기 보다 진정되면 원/달러 환율 역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기형 연구원은 “외국인증권투자를 유인할 경제 기초 여건은 한국과 선진국 사이의 금리차이는 더 벌어지는 등 훼손되지 않아 매수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